경북대 의과대학 재미(북미주) 동창회는 내년이면 결성 50주년을 맞는다. 6'25 전쟁이 끝난 뒤 선진 의학을 공부하기 위해 기회의 땅 미국을 찾기 시작했고, 1960년대 들어 우리나라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미국에서 의사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대거 미국 진출이 이뤄졌다. 전세계 의학계에서 커다란 족적을 남긴 인물들도 잇따라 나왔다.
현재 동창회 명부에 기재된 회원은 430여 명에 이른다. 이들 중 30여 명은 타계했고, 연락이 끊긴 동문도 10여 명에 이른다. 그러나 지금도 많게는 220여 명이 꾸준히 동창회비를 내고, 모교를 위한 장학금으로 매년 일정액을 내며 수십년간 후배 사랑을 이어오고 있다.
◆재미동창회 1965년 정식 출범
1956년은 경북대 의대 재미 동창회의 여명기였다. 휴전 후 온 나라는 폐허가 됐다. 복구의 열기가 넘치는 가운데 개척자들은 보다 나은 연구와 생활 환경을 찾아나섰다.
특히 젊은 의사들 중 학구적인 이들은 미국에서 의학을 더 공부하고자 했다. 1956년까지 뉴욕을 중심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경북대 의대 동문들은 28명에 이르렀다.
그해 2월11일 '대구의전 동창회 미주지부' 창립총회가 열렸다. 서순봉(1944년 졸업'이후 연도는 졸업한 해)과 서주영(1949년)이 각각 회장과 총무로 뽑혔다. 그러나 이때만 해도 동창회 모임은 다분히 친목모임에 가까웠고, 1964년 동창회 주소록을 발간하기는 했지만 운영 규칙도 정하지 못했다.
1965년 12월 25일 '경북대 의대 북미주 동창회 창립 총회'가 새로 열렸다. 정식으로 동창회가 설립된 것이다. 안창수(1945년)와 최동철(1963년)이 회장과 총무로 선출됐다. 1966년 3월 23일 그간 논의해 온 동창회 회칙을 정하고, 임시 모임에서 오창열(1952년)을 총무로 뽑았다. 뉴욕에서 회원 23명과 준회원 8명 등 모두 31명이 참석한 가운데 연차 총회를 열어 윤주덕(1950년)과 김재호(1959년)를 회장과 총무로 선출했고, 11월에 대구 동창회 사무실에 회비 100달러를 송금했다.
이후 동창회는 꾸준한 성장을 계속했다. 1973년 뉴저지에서 연차 총회를 열었는데 모두 119명이 참가해 처음으로 참석자 100명을 넘어섰다. 1976년 재미 동창회는 뉴저지주에 비영리 단체로 등록했다.
◆모교 위해 꾸준히 장학금 보내
1968년 오창열(1952년) 회장과 김연호(1954년) 총무 시절 경북대 의과대학 도서관에 학술지를 보내는 사업을 시작했고, 이듬해인 1969년 23가지 학술지를 보냈으며, 1973년에는 30가지 학술지 외에 동문 10명의 기부금으로 현미경 10대를 기증하기도 했다.
1981년 지성해(1950년) 회장 시절에는 재미 동창회 참석자만 210명에 이를 정도로 크게 성장했으며, 2007년 미시간주립대는 지성해의 업적과 헌신적인 노력을 높게 평가해 그의 이름을 딴 '지 심장수술센터'(Chi Heart Surgery Center)를 만들기도 했다.
한편 1981년까지 8년간 경북대 의대와 자매결연을 한 뉴욕 주립 버팔로대 의대에 매년 장학금 1만달러를 보내 경북대 의대 교수들이 교환교수로 공부할 수 있도록 했는데, 8년간 35명이 다녀간 것으로 기록돼 있다.
1992년에는 김연호가 경북대 의대 진단방사선과학교실(현 영상의학교실) 발전을 위한 기금 2만달러를 기부했다. 당시 교실 주임이던 강덕식 교수는 교수회의를 통해 의학영상연구소 내에 기부자의 이름을 따서 '연호영상연구실'을 두기로 했다. 당시 기부금은 워크스테이션, 영상처리용 전문 소프트웨어, 주변장치 구입 등에 사용됐다.
강반(1963년)이 회장을 맡았던 2000년에는 재미 동창회 참석 회원수가 250명으로 최고조에 달했고, 장학기금 4만달러를 모금했다. 이후에도 매년 동창들이 십시일반으로 낸 기금으로 꾸준히 장학금을 조성했다. 특히 여웅연(1960년)'강반 부부가 수년 간 기부한 장학금을 모두 합치면 10만달러를 훨씬 웃돈다.
◆2014년 50주년 동창회 뉴욕서 열릴 예정
2013년 8월 22~25일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근교에서 '경북대 의대 재미동창회'가 열렸다. 한때 한 졸업기수에서 40여 명이 미국에 건너오던 때가 있었지만 1972년 10명을 마지막으로 이후부터는 1~3명 정도에 그쳤다.
그러다보니 재미동창회 참석자의 평균 연령은 70세를 훌쩍 넘는다. 비록 미국내에서 모이지만 비행기를 갈아타며 10시간 넘게 걸려서 도착한 동문들도 있었고, 갑작스런 날씨 변화 탓에 공항에서 한나절을 꼬박 보낸 뒤 가까스로 일정에 맞춰 도착하기도 했다.
2년 연속 회장을 맡고 있는 구본철(1970년) 씨는 "이처럼 대규모로 모여 동창회를 여는 것은 아무래도 내년이 마지막이 될 것 같다"며 "마침 내년이 재미동창회 결성 만 50년이 되는 해여서 더욱 뜻 깊다"고 했다.
클리블랜드에 있는 방사선과 연합병원에서 근무 중인 구 회장은 "선배들의 꾸준한 참석과 관심 덕분에 지금껏 우리 동창회를 성장시켜왔는데, 앞으로도 이런 모임이 유지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며 "지금까지 모교에 6만달러 이상을 보냈는데, 후배들이 의사가 돼 사회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했다. 구 회장은 또 "비슷한 시기에 동창회를 결성했던 서울대나 연세대 의대의 경우 이미 대규모 동창회가 사라졌는데 경북대 의대는 아직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런 끈질긴 모습을 앞으로도 계속 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회원들이 고령이다보니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차기 회장을 맡게 된 이규청(1966년) 씨는 "2014년 10월 2~5일 뉴욕에서 경북대 의대 재미동창회 50주년 행사를 성대하게 열 계획"이라며 "동창회원뿐 아니라 모교에 있는 선후배들도 관심을 갖고 지켜봐 달라"고 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감수=의료사특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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