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책산업 예산따기 지역섬유엔 별따기

"밀라노 예산줬다" 오해 1억원 넘는 사업 올스톰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은 지난 7월 정부의 광역연계사업 공모에 '캐노피(Canopy)용 섬유소재 발전 계획'을 제출, 2위에 올랐지만 정부 평가에서 최종 탈락했다. 이 프로젝트는 대구경북지역 섬유 업종 간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천막에서부터 낙하산과 수송용 덮개 등 용도가 다양한 캐노피를 생산해 수입산을 대체하고 아웃도어 시장 확대에 따른 다양한 제품 생산 가능성을 보고 진행했지만 정부는 '대구'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대구경북 섬유산업이 최근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예산 따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 이뿐만 아니라 기존 사업마저도 예산이 축소되거나 동결되고 있다.

업계는 그동안 밀라노프로젝트로 대구경북에 과잉투자와 혜택이 있었다는 정부의 오해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섬유 연구 줄줄이 축소

대구경북지역 섬유산업 연구기관들은 올 들어 신규 과제를 마련하지 못해 운영비 마련에도 비상이 걸렸다. 섬유개발연구원 관계자는 "최근 들어 1억원 이상의 사업이 잘 내려오지 않고 있다"며 "메가톤급 사업이 없어 연구개발 사업이 스톱 상태다"고 하소연했다.

다이텍연구원은 올해 화장품과 섬유를 접목한 '코스메토텍스타일'을 광역 연계 사업으로 진행하려다 방향을 수정했다. 정부 평가에서 '대구 섬유'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아 좋은 평가를 받기가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연구원 관계자는 "정부의 예산 배정이 섬유산업에는 많이 짜다는 정보를 입수해 지자체와 협약해 예산 확보가 가능한 쪽으로 방향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매년 대구컬렉션을 진행해온 대구경북패션사업협동조합은 내년 대구컬렉션 횟수를 줄여야 할 판이다. 예산이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조합 관계자는 "지난해 9천500만원으로 6회의 패션쇼를 열어야 했다"며 "연출비에만 최소 6천만~7천만원의 비용이 필요한데 모델료와 부대비 등을 포함하면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밀라노 프로젝트에 대한 오해

이처럼 최근 지역 섬유업계의 사업이 축소되고 있는 것은 정부의 밀라노 프로젝트에 대한 오해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정부와 대구시, 경북도는 밀라노 프로젝트에 수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는데 섬유산업에 또 많은 예산을 굳이 투입할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이 지배적이라는 것.

1999년 시작된 밀라노 프로젝트는 2003년까지 총 6천800억원이 투입된 대형 사업이다. 정부는 많은 투자를 했음에도 지역 섬유산업 발전과 체질이 개선되지 않았다고 폄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지역 섬유 업계는 ▷경영 체질 강화 ▷기업의 R&D 역량 강화 ▷기술경쟁력 강화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등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반박한다.

섬개연 관계자는 "밀라노 프로젝트의 전체 6천800억원 예산 중 민자 2천615억원과 금융권 융자 2천580억원을 제외하면 순수하게 국가와 지자체가 투자한 금액은 1천605억원에 불과한데 이 예산으로도 지역 섬유산업은 체질 개선과 경쟁력 향상이 이뤄졌겠느냐"고 항변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