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 JP모건 vs 동양

동양그룹 사태가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달 1일 사실상 마감된 국정감사에서도 동양그룹 사태는 핵심 이슈 중 하나였다. 동양그룹 피해자는 5만여 명에 이르며 피해 금액은 2조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양그룹 사태의 핵심은 불완전판매에 있다. 불완전판매는 금융회사가 위험 여부 등을 충분히 알려주지 않고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행위를 말한다. 불완전판매는 우리나라의 일만이 아니다. 금융업이 발달한 미국에서도 심심치 않게 터져 나오는 문제다. 하지만 이에 대처하는 자세는 우리나라와 많이 다르다.

최근 미국 최대 금융회사인 JP모건은 주택담보대출증권(MBS)의 투자 위험을 속이고 국책 주택금융기관에 팔아 막대한 손실을 입힌 혐의로 130억달러(약 14조원)의 벌금을 내기로 미 법무부와 합의했다. JP모건은 미 연방주택금융청에 40억달러를 과징금으로, 사법당국에 50억달러를 벌금으로 내고 나머지 40억달러는 피해 고객들에게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한다. JP모건은 합의금을 내는 대신 불기소 처분을 호소했지만 미 법무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천문학적인 합의금을 낸 뒤에도 JP모건 전'현직 임직원은 수사 결과에 따라 개인 차원의 민'형사적 책임을 져야 한다.

미국은 금융회사의 불법 행위를 끝까지 추적해 거액의 징벌적 배상금과 벌금을 물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 미 연방주택금융청은 MBS 부실 판매와 관련해 뱅크오브아메리카에 60억달러(약 6조4천억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또 미 연방주택금융청은 JP모건 외 17개 은행을 상대로 MBS 불법 판매와 관련한 소송을 벌이고 있다. 미국 정부가 불법 행위를 저지른 금융회사에 철퇴를 가하는 이유는 사기성 영업을 방치할 경우 금융시장 질서가 붕괴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의 이런 조치는 우리나라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부실 판매 행위를 저지른 금융회사에 대한 금융당국의 솜방망이 처벌이 반복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를 양산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지난 수년간 동양그룹 부실 문제를 알면서도 이를 방치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동양그룹 사태를 두고 금융당국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9월 동양증권 종합검사에서 불완전 판매를 적발하고도 기관 경고와 함께 과태료 5천만원을 부과하는 선에서 처벌을 마무리했다. 지난해 10월에는 LIG건설 기업어음을 불완전판매한 우리투자증권에 대해서도 기관 경고와 과태료 2천500만원을 부과했다. 이쯤 되면 피해 규모에 비해 금융회사가 지는 책임이 깃털처럼 가볍게 느껴질 만하다.

동양그룹 사태를 두고 기업주의 도덕적 해이와 감독을 소홀히 한 금융당국의 합작품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금융당국이 소비자 보호를 등한시하면 기업과 시장의 건전성이 함께 무너진다. 선의의 투자자를 보호하고 제2, 제3의 동양그룹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미국처럼 강력한 처벌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를 엄하게 처벌해야 유사한 금융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는 세간의 지적을 정부는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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