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4시쯤 대구 동구 율하동 휴먼시아아파트 12단지 차량 출입구. 차량 몇 대가 금호강변로(왕복 4차로)로 진입하기 위해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들은 좌회전 신호가 켜졌는데도 5초 정도 지나서야 움직일 수 있었다. 금호강변로를 달리던 차량 2, 3대가 신호를 무시하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12단지의 유일한 차량 출입구인 이곳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신호등이 없었다. 주민들이 요구한 끝에 최근에 설치된 것이다. 하지만 이 일대 도로는 규정 속도나 신호를 지키지 않는 차들이 여전히 많아 사고 위험이 높다.
최근 개통된 신설 도로들이 시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규정 속도를 넘어 운행하거나 신호를 위반하는 일이 잦다. 개통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경찰의 단속이 뜸하고 폐쇄회로(CC)TV 등 과속과 신호위반을 막을 시설도 없는 실정이다.
◆과속과 신호위반 다반사
금호강변로 중 안심교에서 율하체육공원이 끝나는 로터리까지 약 2.5㎞ 구간은 과속과 신호위반 차들 때문에 사고 위험이 높다. 안심교에서 휴먼시아아파트 10단지까지의 1㎞ 구간은 시속 50㎞로 최고속도를 제한하고 있지만 이를 지키는 차량은 많지 않다. 신호등이 아예 없는데다 과속을 단속하는 CCTV 역시 한 대도 없기 때문이다. 직접 차를 몰고 규정 속도 시속 50㎞를 지키며 운행해보니 앞차와의 거리가 순식간에 벌어졌고, 뒤차들도 금세 앞질러 갔다.
안심교~10단지 구간이 지난해 5월 개통된 뒤 10단지~율하체육공원 끝 로터리까지 구간(1.5㎞)의 차량 통행이 함께 증가하면서 사고 위험도 높아졌다. 이 구간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도로를 건너 금호강변 체육공원을 오가는 곳이다. 특히 도로를 건너는 주민 중엔 부모나 친구들과 나온 어린이의 비율이 유난히 높다.
이날 오후 4시 30분부터 약 30분 동안 지켜본 결과 보행자 신호에도 이를 어기고 운행하는 차량이 20여 대나 됐다. 신호위반 차량은 일반 승용차는 물론 화물차와 택시 등 다양했다. 횡단보도를 이용하는 주민 중 60~70%는 보행자 신호등이 켜진 뒤에도 멈춰선 차들을 3~5초 정도 확인한 뒤에 건넜다.
10단지와 안심도서관을 연결하는 횡단보도엔 신호등이 없다. 특히 야간에 늦게까지 공부를 하다 집으로 돌아가는 학생이 속도를 높인 차들 때문에 위험에 노출돼 있다. 실제 횡단보도를 건너가다 발생한 사고 때문에 현재 이곳 횡단보도 바닥에는 사고 차량의 바퀴 위치를 표시하는 흰 선과 사람 모양의 노란 선이 그려져 있다. 밤엔 인근 차고지로 들어가는 버스가 많아져 주민들의 불안은 더 커진다. 이곳 도로는 버스노선이 아니어서 평소 운행하는 버스가 없는데도 늦은 저녁 시간만 되면 버스들이 속도를 높여 지나가기 때문이다.
김갑정(53'여'동구 율하동) 씨는 "최근에 체육공원에서 운동한 뒤 횡단보도로 건너는데 보행자 신호 중에도 차량이 지나가 크게 놀란 적이 있다"며 "이른 아침과 늦은 저녁 시간 등 보행자가 뜸한 시간일수록 과속과 신호위반이 빈번해져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동부경찰서 교통안전과 관계자는 "사고위험이 높아 최근 신호등을 더 달았고 횡단보도도 만들었다"며 "CCTV 등 교통안전 장치를 설치하기 위해선 대구지방경찰청 심의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필요성이 인정돼야 한다"고 했다.
◆자동차 경주장? 주차장?
1일 오후 5시 30분쯤 대구 수성구 삼덕동 대구미술관 앞 미술관로(1.2㎞ 구간). 신호등이 4곳에 설치돼 있지만 모두 점멸등이었다. 범안로에서 진입하거나 범안로를 빠지는 일부 차량이 70~90㎞까지 속도를 높였다. U턴을 하려는 차가 앞부분을 반대편 차로 쪽으로 내밀어도 지나가는 차들은 속도를 줄이지 않고 경적만 울렸다. 대구미술관으로 좌회전하는 차량과 맞은편에서 오는 차량이 부딪칠 뻔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해가 지자 승용차 한 대가 미술관로 인도로 올라서 한참을 멈춰 서 있었고, 길가에는 대형화물차가 주차돼 있었다. 미술관로에서 대구스타디움 방향으로 가다 좌회전을 하면 나오는 경기장네거리까지 월드컵로(약 400m 구간)는 주차장으로 변했다. 승용차는 물론 굴착기를 실은 화물차, 유조차, 25t 덤프트럭, 철제구조물을 실은 대형화물차 등이 1, 2차로에 걸쳐 주차돼 있었다.
김모(45) 씨는 "대구미술관 앞 도로는 자동차와 오토바이들이 폭주족처럼 속도를 내면서 달려 소음이 심하다"며 "외제차량 3, 4대가 자동차 경주를 하듯 달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신호등을 작동하거나 과속 단속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수성경찰서 교통안전과 관계자는 "폭주단속반을 편성해 단속활동을 펼치면서 10여 명의 청소년을 입건했고 그 과정에서 경찰관이 중상을 입고 치료를 받기도 했다"며 "올해 배정된 무인단속카메라는 대구 전체에 4대로 교통사고가 빈발하고 사망자 수가 많은 곳에 우선 설치되면서 수성구는 제외돼 설치하지 못했다"고 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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