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의 큰 변화, 작은 문화 나눔부터…"

문화사회봉사단체 화제

(사)작은나눔문화진흥회가 지난달 1일 문을 연 코타빈스 커피전문점. 이곳 수익금은 지역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사용된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사)작은나눔문화진흥회가 지난달 1일 문을 연 코타빈스 커피전문점. 이곳 수익금은 지역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사용된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4일 오후 남구 대명동 경북예술고등학교 인근. 원룸이 빽빽하게 모인 골목길에서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왔다. 음악이 흘러나온 곳은 '코타빈스' 커피전문점. 이곳에서 주민 김원익(39) 씨가 소설책을 읽고 있었다. 김 씨는 "커피도 마시고 책도 읽고 기부까지 할 수 있어 다른 커피전문점보다 이곳을 자주 찾는다. 덕분에 독서량이 늘었다"며 웃었다.

50㎡ 남짓한 이곳은 여느 커피전문점과 다른 특별함이 있다. 3천600여 권의 다양한 책을 무료로 볼 수 있고, 커피를 마시는 것만으로 봉사활동을 할 수 있다. 수익금은 장애인과 다문화가족 등을 위한 문화 사업에 쓰이고 있다. 삭막했던 동네에 나눔의 온기를 퍼뜨린 코타빈스는 (사)작은나눔문화진흥회(이하 진흥회)가 지난달 문을 연 '문화 사랑방' 1호점이다.

진흥회는 '문화'로 지역사회 변화를 만들고자 하는 사회봉사단체다. 진흥회가 생각하는 문화는 '즐거움'이다. 음악을 듣고 공연을 보는 과정에서 딱딱해졌던 마음은 쉽게 풀어지고 상대방과 자신에 대한 이해는 더욱 깊어질 수 있다. 진흥회는 이러한 문화의 마력이 사회 갈등을 풀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진흥회는 지난 2007년 6월부터 문화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일을 하고 있다. 매년 4차례 대구경북 지역민들을 위한 다양한 음악회를 개최하고 있다. 입장료는 단돈 100원. 공연은 지역 대학생들의 재능기부로 이뤄진다. 공연 수익금은 지역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기부금으로 사용된다. 공연을 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에게는 무대를 마련하고, 지역민에게는 문화생활에 한층 가까워지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 진흥회가 이루려는 문화 복지다.

외국인 노동자들로 구성된 '로타스 합창단' 역시 진흥회 문화 복지 사업 중 하나다. 음악을 좋아하는 각 나라의 외국인 노동자들은 합창단을 통해 노래 실력을 연마하고, 다문화 가정 결혼식이나 지역 문화행사 등에서 쌓아둔 실력을 뽐낸다. 문현진 합창단 단장은 "노래 연습을 하는 시간 속에서 서로 문화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됐다"며 "공연이 외국인 노동자들과 지역민들이 소통할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장애인과 저소득계층을 위한 '작은 결혼식'을 열 계획이다. 작은 결혼식은 콘서트 형식의 결혼식이다. 하객뿐만 아니라 지역민을 초청하고, 축가를 대신해 재능기부를 통한 콘서트를 연다. 허례허식으로 꾸며진 예식이 아니라 저렴하지만 즐거운 축제 형태의 결혼식이다.

진흥회의 작은 나눔은 문화 복지 사업에만 그치진 않는다. 매년 소록도와 지역의 양로원'고아원 등으로 꾸준히 봉사활동을 떠나고 있다. 내년부터는 지역 사회 정착에 어려움을 겪는 다문화 가족들의 창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코타빈스 커피전문점은 다문화가족들이 창업 교육을 받는 장소로도 사용된다. 다문화가족들은 이곳에서 바리스타 교육 과정과 창업을 위한 지원을 받는다.

정휴준 진흥회 이사장은 "작은 나눔들이 모이면 사회에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 문화는 그 변화를 이루는 과정을 즐겁게 만들어 주는 윤활유와 같다"며 "진흥회의 작은 문화 나눔은 지역 모든 사람들이 문화로 소통하는 날까지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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