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커넥션

1920년 9월 16일, 월스트리트 23번가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마차에 실린 폭탄이 터지면서 시민 38명이 죽고 143명이 중상을 입었다. 희생자 대부분은 금융업계에 종사하던 전보 송달원과 속기사, 회계원, 증권 브로커 등이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섰으나 끝내 사건의 범인과 배후를 밝혀내지 못했다. 당국과 역사학자들은 루이기 갈레아니를 추종한 이태리 무정부주의자 그룹인 '갈레아니스트'에 혐의를 뒀다. 이들은 당시 미국 내 사회적 소요와 노동 투쟁, 반자본주의자 시위를 주도하며 우편 폭탄 등 일련의 테러를 자행해 연루 의심을 샀다.

당시 23번가는 미국 금융의 상징인 뉴욕 금융특구에서도 가장 중요한 곳이었다. 사건 지점 바로 옆에 '모건 하우스'로 불린 JP모건 본사가 있었는데 폭발로 빌딩 내부까지 크게 파손됐다. 당시의 상흔이 건물 외벽에 아직도 남아 있다. 당시 JP모건은 힘센 영국 금융업자들의 미국 대리인이었다. 범인이 금융특구의 핵심인 23번가를 범행 장소로 고른 것을 보면 JP모건을 노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맨해튼 미드타운 파크애버뉴로 본사를 옮긴 JP모건은 2000년대 들어 체이스맨해튼, 베어 스턴스 등 수많은 금융회사를 인수 합병해 최대 투자 은행인 모건체이스 & 컴퍼니로 변신했다.

JP모건이 해외 영업 부정 혐의로 현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와 법무부의 조사를 받고 있다. 중국 전'현직 고위 인사의 자녀들을 편법으로 고용해 이권을 따내는 소위 '아들딸 프로그램' 때문이다. 1977년 입법된 '해외 부패 방지법'은 미국 기업이 해외 사업에서 부당 이익이나 사업상 특혜를 노리고 외국 관리에게 뇌물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고위층 자녀 250명을 특채했다는데 수사 범위가 싱가포르'인도'한국 등으로 확대된다는 보도다.

국내서도 전직 대통령의 조카가 대표로 근무하며 각종 사회간접자본 건설에 투자해 커넥션 의혹을 받아온 사례가 있다. 서울 지하철 9호선과 인천공항 고속도로, 대구 4차순환도로 투자는 물론 인천공항'KTX 민영화 작업 등에 개입 의혹을 받은 맥쿼리그룹이다. 사실관계가 명백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충분히 의심해볼 수 있다. 이런 유착은 공정성 등 사회적 피해를 낳는다.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처럼 연줄을 동원한 '일감 따내기'는 없는지 들여다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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