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껴안고 중국 뚫어야 영일만 '날개'

포항 영일만항 활성화 해법은…

포항시 북구 용한리 포항영일만항의 컨테이너터미널 모습. 포항시 제공
포항시 북구 용한리 포항영일만항의 컨테이너터미널 모습. 포항시 제공
포항영일만항 컨테이너터미널 처리 실적
포항영일만항 컨테이너터미널 처리 실적

포항 영일만항을 환동해권 거점항만으로 육성하기 위해 경상북도와 포항시는 최초 항로개설일로부터 3년간 해상화물운송사업자(선사)에게 '항로연장지원금'을 주고 있다. 하지만 영일만항컨테이너터미널의 연간 처리화물량이 20만TEU에 도달하면 현재 조례상 지원이 중단된다. 혹시 연장되더라도 언제까지 지원금을 줄 수도 없다. 포스코와 자동차 녹다운 수출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올해 포스코 컨테이너물량이 30% 가까이 줄었다. 자생력을 갖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구경북의 항구로 품목 다양화

포항시'영일만신항주식회사는 국내외를 넘나들며 포트세일링에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4년이 지나도록 대구'경북 물량을 확보하는데 있어서는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구경북이 영일만항을 이용할 때 이점은 타 항만에 비해 물류비가 싸다는 점. 20피트짜리 컨테이너 기준으로 부산과 비교하면 대구'구미에선 7만~8만원 이상 절감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와 있다. 그럼에도 대구나 구미의 경우 지속적인 포트세일에도 선사나 화주가 부산 대신 영일만항 택하기를 아직은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영일만신항만주식회사 이준일 부장은 "포트세일은 선사나 화주가 어느 한 곳이 일방적으로 항만을 택한다고 나오는 것은 아니다. 화주와 선사의 매칭으로 영일만을 이용하는 항로가 생기는 것이다. 일종의 중매쟁이 역할이다"며 "항로변경 문제는 경제적인 측면도 있지만 비경제적인 논리도 상존하는 게 사실이다. 결국 인센티브만으로 선사나 화주를 확보하는 것은 어렵다"고 밝혔다.

영일만항컨테이너 터미널이 자생력을 가지고 환동해물류허브의 중심으로 비상하려면 취급품목의 다양화와 함께 대구경북 물류를 기본 베이스로 만드는 것이 필수적. 10%씩의 지분을 가진 경북도와 포항시, 그리고 지역 국회의원들이 보다 광역화되고 유기적인 포트세일로 대구경북 물량확보에 매달려야 한다고 주문한다. 지분도 없고 멀찍이 물러나 있는 대구시에 손을 내미는 것에는 경북도가 나서야 한다. 대구경북의 항구가 되지 않으면 환동해 물류허브도 없다.

실제 영일만항컨테이너 물량의 40% 정도를 차지하는 자동차의 녹다운(Known Down) 수출물량을 처음에 영일만항으로 확보할 때도 단순한 포트세일링으로만 가능했겠느냐는 관계자들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SOC 확충과 배후단지 조성

포트세일링이 먹히려면 인센티브나 행정'정치적 지원뿐만 아니라 SOC 확충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KTX 포항노선이 개통과 함께 추진되고 있는 영일만항 인입 철도가 2016년 예정대로 들어오면 영일만항은 또 한번 새로운 기회를 맞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철도의 장점인 시간과 비용적인 측면의 장점도 눈에 띄지만 도로'철도'해운 등 교통수단 간에 단절 없는 복합 교통물류체계가 완성되는 것도 큰 진전이다. 포항시와 영일신만항주식회사도 인입철도가 놓이면 물류체계의 시너지 효과로 주춤한 물동량 증가에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하고 있다.

배후단지 조성도 속도를 내야 한다. 항만의 활력은 본래 배후단지에서 나오는 것이 정석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항만조성 방식은 일단 부두를 먼저 만들고 배후단지에 기업들을 유치하는 방식이 대세였다. 이러다 보니 신항만은 물량부족에 항상 허덕일 수밖에 없다.

내년이면 마무리되는 포항시 남구 블루밸리 국가산단과 영일만 제4일반산업단지 분양에 광역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도로'철도'해운의 복합물류체계를 바탕으로 기업들 유치해야 한다. 배후 산단의 고정적 물량이 확보돼야 영일만항의 자생력이 배가된다. 이명박정부 시절 현대중공업 공장 유치가 무산된 것은 영일만항 활성화의 일대 호기를 놓친 것으로 회자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동북아 마케팅 그리고 북극항로

영일만항컨테이너터미널이 현재 주목하고 있는 것은 중국의 동북3성 물동량.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동북3성은 중국의 성장률 평균치를 2∼3%포인트 넘겨 달성하고, 막대한 물동량 처리를 위해 북한 나진항 등을 대외 관문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최근 급증하고 있는 중국 동북3성 물동량이 나진항을 이용하면 영일만항이 나진에서 남중국, 동남아, 일본 관서지방으로 가는 중간 환적항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포트세일을 추진하고 있다. 이것이 현실화되면 영일만항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는 특히 향후에는 영일만항이 중국 상하이를 비롯한 중국 남방 지역의 물동량을 동해를 통하여 동북 3성, 나아가서는 러시아, 유럽으로 보내는 중간 거점항만으로의 발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다음으로 10년 후 영일만컨테이너터미널의 성장 포인트는 '북극항로'. 신해상실크로드 '북극항로'는 아직 상업화까지는 길이 멀지만 해양수산부 차원에서 지난달 시범 운항을 마쳤다. 북극항로는 한반도에서 베링해협~북극해~유럽을 연결하는 항로로, 기존 남서쪽의 인도양 항로보다 운송거리는 약 32%, 운항일수는 약 10일 단축된다. 포항이 신해상실크로드에 도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북도 염태용 해양개발담당은 "경북도도 북극항로 문제에 있어 다른 지자체에 뒤처질 수 없다. 올해까지 해수부 차원의 로드맵이 확정될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맞춰 연내 북극항로에서의 영일만항의 역할과 가능성에 대한 용역을 실시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지난달 17일 포스코 국제관에서 관계기관과 해양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북극정책 변화와 북극항로 개발에 따른 경북도 대응방안을 위한 심포지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북극항로가 열리면 포항영일만항이 최소한 독자적인 거점항의 역할은 하지 못할지라도 중간 거점항 역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포항시도 최근 부산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북극항로'와 영일만항 활성화에 대한 논리 개발과 의견교환을 위한 '워킹그룹'을 구성했다. 포항시와 학계'연구기관 등이 다양하게 참가해 수시로 항만 활성화 방안을 논의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포항'김대호기자 dh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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