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 방문 때엔 사막이던 땅이 완전히 별천지로 변모했다. 고층빌딩들이 서로 높이를 경쟁하듯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고 각양각색의 건물과 오락시설, 해안 절경까지 비가 오지 않아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던 이 불모지의 혁신에 지금 세계의 눈이 집중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7개 부족국가 중의 하나인 두바이는 예전엔 진주 조개잡이를 하는 조그만 어촌 마을에 불과했다. 석유가 발견되면서 변화하기 시작했는데 중동의 다른 산유국과 달리 미래의 성장 동력으로 금융, 관광 등에 오일달러를 집중적으로 투자하여 미국의 사막도시, 라스베이거스 이상의 별천지가 됐다.
두바이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버즈 알 아랍(Burj Al Arab)호텔이다. 공식적으로는 별 5개짜리 호텔이지만 세계 최고급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칠성급 호텔'로 불리고 있다. 버즈 알 아랍은 두바이 시내에서 남쪽으로 15㎞ 떨어진 주메이라 해변에서 길이 280m 다리로 연결된 인공섬 위에 돛단배 모양으로 지어져 있다. 모습도 특이하지만 낮에는 하얀색으로 눈부시고 밤에는 형형색색 무지갯빛으로 변하는 외형의 아름다움 덕에 두바이의 상징물로 통한다. 또 호텔의 로비 기둥이 황금으로 칠해지고 객실도 최고급으로 제작돼 세계의 부호들로부터 각광받고 있다. 단순히 호텔을 구경하러 오는 관람객들도 입장료를 내야 들어갈 수 있다.
두바이의 명물이 단지 호텔만은 아니다. '중동의 앞바다에 세계를 품는다'는 의지의 표시로 인근 300여 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세계 지도를 만들었다. 지도에는 나라별 영역을 표시했고 각 영역에는 고급주택과 호텔, 쇼핑몰 등을 조성하는 공사가 한창이다. 이 사업은 4억달러를 쏟아부어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남북아메리카, 오세아니아 등 지구의 6대륙을 본떠 만들었다. 현재 30여 개 이상의 섬이 분양된 상태다.
야자수 모양의 인공섬 3개도 조성하고 있다. 종합관광레저타운으로 조성될 이 섬의 이름은 팜 아일랜드. 달에서도 식별이 가능하다고 해서 세계 8번째의 불가사의라고 불린다. 팜 주메이라(Jumeira), 팜 제벨알리(Jebel Ali), 팜 데이라(Deira) 등 3개 섬으로 구성되는데 공사가 완공되면 현재 72㎞인 두바이의 해안선 길이가 1천500㎞로 늘어나고 섬 내에 6만 명이 거주하며, 32개 호텔과 상업 시설의 근무인력만 5만 명에 달하게 된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진출도 활발하다. 세계 건축사의 한 장을 장식하게 될 기념비적인 건물이 건립되었다. 바로 삼성물산이 지은 버즈 칼리파(Burj Khalifa)가 그것. 아랍어로 '칼리파의 탑'이라는 뜻이다. 지상 163층으로 높이가 828m다. 두산의 담수공사도 빼놓을 수 없다. 비가 거의 오지 않는 전형적인 사막기후인 두바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골프장과 관광시설을 운영할 수 있는 것은 순전히 바닷물을 끌어올려 민물로 만드는 두산의 독보적인 기술 덕택이다.
이 밖에도 두바이에서는 서울의 절반 면적에 해당하는 '두바이 랜드'(Dubai Land) 테마파크, 해수면의 20m 아래에 짓고 있는 '하이드로폴리스'(Hydropolis) 수중호텔, 벽면에 설치된 전동차를 타고 이동하는 '크리스털 돔'(Crystal Dome), 뉴욕 맨해튼의 7배 크기인 '워터프론트'(Waterfront) 인공섬, 40℃를 오르내리는 찌는 듯한 더위에서도 스키를 즐길 수 있는 '스키 두바이'(Ski Dubai), 세계 최대의 면세 지역인 '제벨알리 자유무역지대'(Jebel Ali Free Zone), 외국 금융기관들과 직거래를 위해 야간 및 휴일에도 쉬지 않는 '두바이 국제금융센터'(Dubai Internat ional Financial Center), 세계 최대 규모의 쇼핑몰 등 엄청난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거나 완성되었다.
그러나 이 같은 프로젝트들이 단지 현재 산유국이란 사실에만 근거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두바이의 석유는 2020년쯤이면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두바이를 세계 비즈니스의 중심으로, 중동의 허브로 건설하겠다'는 지도자 셰이크 모하메드의 리더십과 예지가 빛나고 있는 것이다.
셰이크 모하메드는 1995년 왕세자로서 차기 지도자로 지명되자마자 "몇 년 있으면 바닥날 석유만 믿고 있을 수 없다. 석유가 아닌 다른 것에서 돈을 벌어야 한다. 그것도 신속하고 획기적으로 벌어야 한다"고 선언하고 이를 실천에 옮겼다. 실제로 오늘날 두바이 국내총생산의 93%는 무역, 관광, 부동산, 건설, 금융, 서비스 등 비석유 분야에서 나올 정도이다. 그의 계획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또 비자 면제, 관세철폐 등 외국으로부터 문화, 지식, 정보, 기술 등을 유입하는데 방해가 되는 장벽들은 과감히 철폐하고 있다.
그는 작업화를 신고 직접 건설 현장을 뛰면서 생각하고 그 과정에서 국민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며 좋은 의견이 있으면 곧바로 전 세계 2천여 명의 전문가에게 자문할 정도로 성실하고 치밀한 성격을 갖고 있다. 또 상상력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지식과 정보에 바탕해 철저한 검증을 거쳐 일을 추진한다. 지금 두바이의 변화는 결코 한 지도자의 즉흥적인 사고에 의한 결과가 아닌 것이다. 그러나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는 두바이도 많은 문제점들을 내포하고 있다. 성장의 이면에서 폭등하는 부동산 가격, 국제 유가 하락으로 인한 거품 붕괴의 불안 요소들이 상존하고 있다. 또 다음 세대를 이끌어 갈 학생들의 낮은 교육열,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외국인 근로자, 교통 체증, 난개발로 인한 환경오염 등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계속 불거지고 있다.
세계의 최고, 최대, 최초라는 타이틀로 전 세계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며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두바이. 성장과 그에 따른 부작용이란 양날의 칼을 쥔 두바이는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까.
글'사진 도용복 오지여행가
댓글 많은 뉴스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
연휴는 짧고 실망은 길다…5월 2일 임시공휴일 제외 결정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골목상권 살릴 지역 밀착 이커머스 '수익마켓' 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