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로 뻗는 경북 산림] ④산림으로 부를 일구는 사람들

소나무엔 송이버섯·참나무엔 표고버섯 "나무에서 돈을 따죠"

◆목재 펠릿 새롭게 각광

지난달 30일 김천 직지사 공영주차장에서는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경북지역 임업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산림 경영의 결과물들을 내놓는 자리였다. 산림조합중앙회 배상태 경북지역본부장은 "경북도내 임업인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인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농수축산인들이 같은 업종끼리 자리를 하는 기회는 자주 있어도 임업인들은 주축에서 빠져 있었던 것. 하지만 이제는 임업인들도 산업 역군의 일원으로 당당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 행사에서 각 지역산림조합들은 목재에서부터 버섯, 산나물, 임업 가공식품 등 다양한 임산물을 선보였다. 산림도 단순한 조림에서 벗어나 소득원으로 자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 정부는 산림의 소득화를 위해 2017년까지 5년간 4조1천300여억원을 투입해 산림 경제화에 나선다.

특히 이날 관심을 끈 것은 산림조합이 출품한 목재 펠릿. 목재 펠릿이란 나무를 톱밥과 같은 작은 입자 형태로 분쇄'건조'압축해 알갱이 모양(pellet)으로 성형한 제품. 기후변화협약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것으로 인정한 무공해 친환경 연료이다. 목재 펠릿은 주로 보일러 및 난로의 연료로 사용된다.

현재 목재 펠릿은 산림조합중앙회와 판매 위임 업무를 맡은 각 시도본부, 단위 산림조합 등이 생산'판매하는데 대구경북의 경우 산림조합중앙회 경북본부(053-957-7990), 포항산림조합(054-251-9206) 등 2곳이 업무를 담당한다.

펠릿의 경우 주로 20㎏ 포대 단위로 포장되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들의 경우 운반이 어렵고 재를 청소해야 하는 불편함이 따르지만 경제적 측면으로 보면 다른 연료들보다 효율성이 매우 높다. 산림조합중앙회 경북본부 최용익 과장은 "경유 2만원어치로 8시간 난방을 할 때 펠릿을 사용하면 7천원으로 10시간 이상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경제성이 높다"고 했다.

◆경북의 자랑거리, 버섯

경북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버섯이다. 송이버섯은 영덕 울진 청송 포항(이상 지난해 기준 4대 산지)에서 생산되는 양이 전국 생산량의 90%(177t) 정도를 차지한다. 늦여름부터 초가을 사이에 채취하는 송이버섯은 짧은 채취 기한에 비해 소득이 아주 높다. 그래서 도내 산림조합과 산주들은 송이버섯 채취기를 가장 기다린다. 소나무 아래에서 자라는 송이버섯이 많이 난다는 것은 그만큼 경북도내 소나무의 수종이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북도내 산림 자원의 우수성을 증명하는 표식이다.

송이의 수명이 짧아 아쉽다면 도내에는 표고버섯이 있다. 표고버섯의 효능은 송이를 능가하다. 임업인들 사이에는 '1표고, 2능이, 3송이'라는 말이 있다. 문경에 있는 부농표고 영농조합(영순면 왕태리 소재) 이정무 대표는 "표고버섯은 재배를 통해 양산할 수 있어서 그렇지 인체에 대한 유익성은 임산물 가운데 최고로 대접받는다"고 했다.

도내에서 표고버섯이 가장 많이 생산되는 지역은 문경'예천 접경지역이다. 삼강주막을 인근에 두고 있는 이 지역의 표고 생산량은 전국 단위 지역에서도 4위에 해당하는 규모.

이 대표는 "목재를 이용해서 소득을 올리는 것 가운데 가장 내실있는 것이 표고버섯 재배"라고 소개했다. 1980년 대말 이후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경제림 조성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성인 목으로 키워 소득을 올리는 것은 쉽지 않다. 목재로 쓰는 것도 한계가 많다. 벌목 허가를 받아야 하고, 나무를 제재소로 옮겨 경제성 있는 상품으로 만드는 과정에 많은 품이 들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가 집중 조림해온 소나무의 경제성은 일부 상품성 있는 희귀목을 제외하고는 많이 떨어진다고 한다.

반면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아 온 참나무는 효자목(孝子木)으로 각광받는다. 7년 정도 자라 직경 7~9㎝만 되면 표고 목으로 쓰는 데 문제가 없다. 표고버섯뿐만 아니라 우리가 접하는 느타리버섯, 모기버섯, 팽이버섯, 천마 등은 모두 참나무에서 재배되니 이 나무의 활용도는 최고인 셈이다.

하지만 참나무의 공급이 달려 버섯 재배 농가들은 늘 불안하다. 나무를 전문으로 수집하는 목상(木商)들이 점차 없어지는데다 벌목 인부들도 사라지고 있기 때문. 길가에 있던 참나무들은 벌목 등으로 없어지고 점차 깊은 산 쪽으로 옮겨가서 나무를 구해야 하는데 이것도 쉽지 않다. 참나무는 단풍이 드는 시기에서 나무에 물이 오르기 전인 1월 말까지가 벌목 시기. 이때 한 해 쓸 참나무를 확보하다 보니 나무가 없어 버섯 재배가 어려운 농가가 한둘이 아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참나무 톱밥이 개발됐다. 나무의 나이나 굵기, 생육 상태 등에 구애받지 않고 벌목을 해서 톱밥으로 만든 후 버섯 종균을 배양하면 참나무에서 자라는 것과 같은 표고버섯이 자란다.

하지만 단점은 톱밥에서 자란 버섯은 건조하지 못하고 생버섯 상태로만 유통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채처럼 썰어서 말리는 것은 가능하다. 이는 상품성이 있는 버섯을 생산하려면 참나무를 잘 키워 표고 목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

최정암기자 jeongam@msnet.co.kr

사진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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