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소년부터 70대 노인까지 50년 세월을 훌쩍 넘어 뭉친 고교 동문들이 해발 5,000m가 넘는 고봉(高峰)에 함께 도전해 화제다. 성광고 개교 60주년과 성광고 산악부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2013 쓰구냥산 원정대'를 꾸린 성광고 산악부 졸업생과 재학생들이 그 주인공이다.
원정대는 지난달 16일부터 25일까지 10일간 여정 끝에 중국 쓰촨성 쓰구냥산의 네 개 주봉 가운데 하나인 따구냥산(해발 5,355m) 정상에 올랐다. 애초 2008년 이곳을 찾으려고 했으나 그 해 쓰촨성 대지진이 일어나 계획이 취소된 뒤 이런저런 사정으로 차일피일 미뤄지다 이번에 원정이 성사됐다.
이번 원정은 산을 오르는데 도가 튼 졸업생들뿐 아니라 아직 10대인 재학생들까지 함께 나선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컸다. 원정대는 원정단장 홍만식(14회 졸업생), 원정대장 배규섭(25회), 등반대장 최재훈(24회), 기술담당 이장우(8회), 행정담당 박재근(18회) 씨 등 졸업생과 재학생인 도은철, 김진우, 윤재욱(이상 2학년), 백강욱(1학년) 군 등 모두 9명으로 구성됐다.
이번 원정을 후원한 우대현(10회 졸업생) 씨는 "최고령인 이장우(71) 선배님과 가장 어린 백강욱(16) 군은 쉰 살 이상 나이 차이가 나지만 고교 동문이라는 끈끈함으로 한데 어울렸다"며 "생업 탓에 함께 산에 오르지 못한 것이 정말 아쉽다"고 했다.
특히 이장우 씨는 신장결석으로 수술을 받은 지 일주일 만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 원정대에 합류했다. 원정대에 꼭 필요한 경험과 기술을 두루 갖춘 그가 빠지면 자칫 원정이 무산될 수도 있어 용기를 낸 것. 이를 지켜본 대원들의 사기도 더욱 높아졌다.
따구냥산 정상에 오른 이는 윤재욱 군과 최재훈, 박재근, 배규섭 씨. 윤재욱 군은 정상에 올랐을 때의 감회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전했다. 그는 "나 자신이 너무 자랑스러웠고 주변 경치도 굉장히 멋있었다"며 "이날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다른 재학생들은 두통과 함께 정신이 희미해지고 숨이 가빠지는 등 고산병 증세로 정상을 밟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번 원정이 뜻깊은 경험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백강욱 군은 "만년설이 쌓인 산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며 "깨끗한 밤하늘에 빛나던 수많은 별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했다. 김진우 군은 "고산병 증세로 고생했으나 동료들의 도움 덕분에 별 탈 없이 견딜 수 있었다"며 "팀워크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된 원정이었다"고 했다.
성광고 산악부 졸업생들의 도전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2014년에는 임자체(해발 6,189m), 2018년에는 에베레스트(해발 8,848m)에 도전할 계획이다. 이번 여정에서 원정단장을 맡았던 홍만식 씨는 "물심양면으로 성원을 아끼지 않은 동문들과 산악인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며 "앞으로도 졸업생과 재학생들이 한데 어울려 산을 오르면서 우애를 다지고 도전 정신을 키울 기회를 계속 만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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