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3연패(정규시즌+한국시리즈 우승)를 이뤄낸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 저마다 의미가 있는 위업이지만, 특히 이적생 정병곤과 김태완에게는 이번 우승이 각별했다. 푸른 사자 유니폼으로 갈아입었을 때만 해도 삼성이 한국시리즈(KS)에 오르면 과연 그라운드를 밟을 기회가 나에게도 찾아올까 하는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이들 포지션엔 붙박이 김상수와 조동찬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행운(?)이 찾아왔다. 2루수 조동찬이 시즌 중 부상으로 이탈한데다 시즌 막판 유격수 김상수까지 수술대에 오르며 이들은 동시에 KS 엔트리에 올랐다.
생애 첫 포스트시즌. 그것도 최고의 무대 KS를 뛴다는 것은 가슴 벅찬 일이었다. 속으로 쾌재를 불렀으나 덜컥 겁부터 났다. 큰 무대서 잘하면 인지도를 높일 수 있으나, 자칫 실수라도 하면 쏟아질 원망이 걱정됐다. 잘해서 빛나기보다 못해서 잃는 게 더 많을 것 같았다.
팀에서도 새롭게 구성된 '키스톤 콤비'의 활약 여부가 우승의 관건으로 봤고, 상대도 가장 허약한 부분으로 보고 집중적으로 노리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정규시즌서 54경기(61타수13안타'타율 0.213'5타점'2실책)를 뛴 정병곤, 83경기(162타수44안타'타율 0.272'19타점'4실책)에 나섰던 김태완. 이들에게 KS 무대는 정규시즌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만원 관중이 질러대는 응원소리, 공 하나에 집중하는 선수들의 눈빛은 새내기 KS 전사를 위축하게 하였지만, 스스로 이겨내는 수밖에 없었다.
둘에게 쏟아진 우려는 막상 뚜껑이 열리자 잊혀졌다. 둘은 물샐 틈 없는 수비와 쏠쏠한 공격력으로 삼성의 우승을 도왔다.
김태완은 타율 0.296(27타수 8안타), 2타점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수비까지 보여줬다.
정병곤은 비록 최종 7차전에서 실점의 빌미가 된 실책 1개를 하긴 했지만, 그전까지 나무랄 데 없이 임무를 소화했다. 안타는 2개밖에 때려내지 못했으나 깊은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첫 안타가 팀에 승리를 안기는 결정적 한방이 됐다. 1승3패로 몰린 5차전. 5대5로 맞선 무사 1루서 정병곤은 기습적인 페이크 번트 앤드 슬래시로 안타를 기록했다. 이 안타는 삼성에게 천금 같은 기회를 만들어줬고, 이후 박한이의 적시타가 나와 정병곤은 첫 안타로 그동안의 타격부진을 만회하고도 남았다.
정병곤은 또 7차전에서 2대2로 맞선 6회 선두타자로 나와 두산 핸킨스를 상대로 안타를 치고 나가 5득점의 물꼬를 텄다.
우려를 환희로 돌린 정병곤은 "대학교 1학년 이후 첫 우승인데 기분이 정말 좋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우승순간 7차전 내내 짊어졌던 긴장감을 털어낸 김태완은 "수비 때문에 말이 많았는데 실책을 하지 않아서 다행"이라며 "정규시즌 때는 몰랐는데 삼성이 역시 이기는 법을 아는 것 같더라. 1승3패까지 몰렸는데 선수들이 아무렇지도 않았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12년 간 가능했던 언어치료사 시험 불가 대법 판결…사이버대 학생들 어떡하나
[속보] 윤 대통령 "모든 게 제 불찰, 진심 어린 사과"
한동훈 "이재명 혐의 잡스럽지만, 영향 크다…생중계해야"
홍준표 "TK 행정통합 주민투표 요구…방해에 불과"
안동시민들 절박한 외침 "지역이 사라진다! 역사속으로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