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속여 받고 또 받고… 농업보조금 '줄줄'

경북청, 100일간 8건 적발 43명 검거

경산경찰서는 5일 광역방제기 구입 보조금 3억9천900만원을 가로챈 농민 3명과 농기계 판매업자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2007~2009년 농기계 구입 보조금 지원사업 대상자로 선정된 이들은 농기계 판매업자와 짜고, 자부담금 일부만 부담하고 나머지는 납부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보조금을 타 낸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1일에도 포항에서 가짜 사업장을 설치해 토종벌 보전 사업 보조금 3천800만원을 가로챈 토종벌협회 관계자 A(48)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A씨는 토종벌 전염병이 자주 발생하는 곳에 사업장을 차리고도 이 같은 사실을 숨긴 채 서류를 꾸며 보조금을 타 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에 적발되지 않았다면 해당 사업의 총 사업비 1억2천600만원이 모두 A씨에게 지급될 뻔했다.

경북지역에서 농업보조금 부정 수급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미 만연하던 문제가 최근 경찰의 특별단속으로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는 것. 경북경찰청은 지난 9월 12일부터 이달 19일까지 100일간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비리 특별단속을 벌이고 있다. 이 기간 동안 경북지역에서만 농업보조금 부정 수급 사례 8건을 적발해 43명을 검거했다. 확인된 부정 수급 액수만 9억3천만원이 넘는다.

부정 수급이 만연하면서 농업보조금 관리 체계를 시급히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특히 지나치게 높은 보조금 비율과 관리 미흡이 문제로 지적된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배기운 의원(전남 나주)은 "지난해 경상북도의 농업보조금은 4천825억원 규모로 보조금 종류만 1천200여 가지에 달했다"며 "하지만 통계 등 관련 자료가 부실하고, 담당 공무원이 아니면 자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 수 없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배 의원은 또 "농업보조금 지급 사업에 대한 평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보조금의 부정'중복'편중 수급이 빈번하다"고 밝혔다.

경찰도 허술한 관리 체계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경북경찰청 관계자는 "세금계산서 등 서류만 잘 꾸미면 농업보조금을 받을 수 있을 정도"라며 "담당 공무원이 현장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적잖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부 기초단체는 관련 조례를 개정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청송군의회는 지난달 18일 '청송군 보조금 관리 조례 전부개정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조례안에는 보조금 사용 전용계좌 개설과 보조금 집행 시 보조금 전용카드 사용, 보조금 부정 수급자는 5년간 보조사업 대상자에서 제외 등의 내용이 담겼다. 경남 의령군은 내년부터 농업보조금 지원 이력관리프로그램을 적용하기로 했다. 의령군 관계자는 "지속적인 투자에도 사업성이 떨어지는 일부 농업인들에 대한 보조금 부정'중복'편중 지원 사례를 막고 투명성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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