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월 동양증권 직원은 수익률이 높고 원금도 보장되기 때문에 걱정하지 말라며 ㈜동양 회사채 투자를 권했습니다. 그래서 부부 명의로 2억원을 투자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동양증권 직원이 임의로 투자금액을 2억8천만원까지 늘렸습니다."
금융감독원이 6일 오전 대구은행 본점에서 개최한 '동양그룹 피해 투자자 대상 설명회'에서 만난 김모(60) 씨는 원금 손실 우려가 있다는 것을 사전에 알았다면 투자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설명회에는 동양그룹 피해자 300여 명이 찾았다. 이들은 한결같이 속이 타들어 가는데 마땅히 하소연할 데가 없다며 입을 모았다.
피해자들의 답답한 심정을 대변이라도 하듯 상담창구에는 피해자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안전하다는 동양증권 직원의 말을 믿고 동양시멘트 회사채에 투자를 한 박모(56'여) 씨는 "아들 장가갈 때 도움을 주기 위해 청소일을 하며 한 푼 두 푼 모은 돈을 날리게 됐다. 버스요금을 아끼려고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다 두 번이나 사고를 당했다"며 울부짖었다.
포항에서 왔다는 이모(58'여) 씨는 "올 4월 동양증권 직원이 동의도 구하지 않고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들어 있던 돈 2억원을 동양인터내셔널과 동양레저 기업어음에 투자했다. 이후 직원이 투자계약서를 들고 와서 서명을 안 해주면 직장을 잃을지도 모른다고 사정하는 바람에 도장을 찍어 주었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계약 자체가 무효임에도 서명이 되어 있다는 이유를 들어 투자자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문제가 있고 투자가 이루어질 당시 자신은 미국에 있었다며 출입국 서류를 보여줬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금융감독원의 감독 부실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여기저기서 고성과 함께 피해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많은 피해자들은 기업어음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동양증권 직원이 좋다고 해서 투자를 했다고 주장했다.
또 감독 업무를 소홀히 한 금융감독원을 '눈뜬장님'에 비유하며 피해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한 피해자는 "동양 사태는 금융감독원이 만든 작품이다. 감독 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은 금감원은 더 이상 기업 편을 들지 말고 피해자들이 만족할 만한 대책을 내 놓으라"고 언성을 높였다.
또 다른 피해자는 "동양증권 직원이 수없이 전화를 걸어 안전하니 투자를 하라고 했다. 이는 회사의 지시를 받고 계획적으로 투자자를 대상으로 사기 행각을 벌인 것이다. 금감원은 사기 행위로 규정하고 조사를 벌어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앞으로 피해자 의견을 청취할 수 있는 자리를 자주 마련해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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