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일본, 독일처럼 배상 펀드 조성 고려하길

우리나라 법원에서 일제강점기 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판결이 잇따르는 것에 대해 일본 경제계가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일본의 경제단체연합회, 상공회의소, 경제동우회 등 3경제단체와 일'한경제협회 등은 6일 성명을 내 "한반도 출신 징용공 등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청구권 문제는 앞으로 한국에 대한 투자나 비즈니스 전개를 하는 데 있어 장애가 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나아가 "양호한 일'한 관계를 훼손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덧붙였다. 일본 재계가 외국 법원의 판단에 대해 입장을 발표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한'일 관계 냉각을 들먹이며 다분히 위협적인 발언까지 한 것은 볼썽사납다.

한국 법원은 지난해 5월 대법원이 "한'일 청구권 협정을 이유로 개인의 배상 청구권을 제약할 수 없다"면서 신일철주금과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처음으로 개인의 청구권을 인정한 후 잇따라 강제징용 일본 기업들에 대해 배상 판결을 내놓고 있다. 지난 2일에는 광주지법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5명이 제기한 소송에서 미쓰비시 측이 총 6억 8천만 원의 위자료를 배상할 것을 명령했다.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 보상과 관련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청구권 문제는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국가가 협정을 맺었다고 해서 개인 청구권까지 제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와중에 일본 재계가 일본 정부와 똑같은 주장을 펴고 나선 것은 실망스럽다. 일본 재계가 일'한 관계 냉각 운운하지 않더라도 아베 정권 출범 후 잇단 침략사 부정 발언으로 한'일 관계는 이미 냉각돼 있다. 일본 재계는 오히려 한국 법원의 판단을 존중해 경색된 한'일 관계의 물꼬를 트려는 노력을 해야 할 때다. 전후 독일이 펀드를 조성하여 개인 보상을 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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