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호동락] 때 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길 '오감 만족'

6월 '섬진강자전거길'이 개통되었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섬진강자전거길은 라이더라면 달려보고 싶은 곳이다. 몇 번을 벼른 끝에 자전거여행에 나섰다.

섬진강은 전라북도 진안과 장수의 경계인 팔공산에서 발원해 임실, 순창, 곡성, 구례, 하동, 광양을 거쳐 남해로 이어진다. 경상도와 전라도의 오염되지 않은 곳곳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1385년(고려 우왕 11년)경 왜구가 섬진강 하구를 침입했을 때 수십만 마리의 두꺼비 떼가 울부짖어 왜구가 광양 쪽으로 피해 갔다는 전설이 있는데, 이때부터 두꺼비 섬(蟾)자를 붙여 섬진강이라 불렀다고 한다.

섬진강자전거길은 전북 임실 섬진강 생활체육공원에서 시작해 광양 배알도해수욕장까지 모두 148㎞에 이르는 구간으로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길이다. 경유 시'군은 전북 임실(13㎞)'순창(24.9㎞)'남원(23.6㎞)과 전남 곡성(12.2㎞)'구례(36.6㎞)'광양(37.7㎞)이다. 섬진강자전거길은 당초 섬진강 살리기 사업의 하나로 일부 구간(46㎞)에만 조성돼 단절 구간이 많았기 때문에 안전사고 위험이 높았다. 이 때문에 단절된 구간을 연결하고 쉼터 등 편의시설을 보강해 총연장 148㎞의 자전거길을 완공한 것이다.

임실에서 시작한 섬진강자전거길은 보는 순간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왔다. 특히 이 길은 문학과 문인들의 글이 비석에 새겨져 있어 더 인상적이었다. '섬진강'으로 유명한 김용택 시인의 고향집과 이 지역과 관련된 김 시인의 모든 것이 잘 표현되어 있어 청소년들에게도 뜻깊은 길이 되리라 생각한다. 잘 만들어진 출렁다리(현수교)를 건널 때는 어린애처럼 신이 났다. 섬진강 줄기를 따라 흐르는 강물에는 다슬기를 잡는 사람, 낚시하는 사람, 엄마'아빠랑 물놀이하는 어린아이들, 캠핑하는 가족 등 모두 부러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자연은 이렇게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 같다.

향가유원지 쪽으로 달리다 보면 일제강점기 때 금을 캤다는 터널이 있는데,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고 한다. 터널 안에는 많은 사람이 돗자리를 펴고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자전거를 타면서 바라본 농촌 들녘은 아름답고 풍성해 보였다. 바라보는 내 마음마저 풍요롭게 느껴졌다. 섬진강자전거길을 달리다 보니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개발하려는 흔적들이 보여 내심 흐뭇했다.

구례역에 도착해 컵라면을 먹었다. 여행하면서 먹는 음식은 무엇을 먹어도 맛있다. 좋은 사람과 먹으면 더 맛이 난다. 아름답게 심어진 가로수길을 달릴 때는 정말 신이 났다. 눈은 물론 코, 귀, 입 등 모든 기관이 즐겁고 행복해진다. 큰소리로 웃으면서 힘껏 고함도 질러 보고 노래도 불러본다. 이런 게 바로 자전거여행을 하면서 즐기는 행복이다. 스트레스는 저 멀리 달아난다. 가족들과 여행하면 즐거움과 기쁨, 행복은 배가 될 것이다.

남도대교를 건너 화개장터로 향했다. 화개장터는 가수 조영남의 노래로 더 유명해졌다. 장터에는 이름 모를 약초들과 은어로 조리한 음식, 섬진강 재첩국 등이 즐비했다. 맛있게 음식을 즐긴 뒤 마지막 종점인 배알도수변공원이 있는 광양으로 향했다. 광양제철소의 웅장한 모습도 보였다.

시간은 화살처럼 빨리 지나갔다. 돌아갈 시간이 됐다. 대구로 향하는 버스에 자전거를 실었다.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은 즐겁고 행복했다. 자연이 주는 혜택에 감사했다. 소리 없이 흐르는 섬진강 줄기를 따라 시작한 아름다운 자전거여행은 이렇게 또 저물어 가고 있었다.

윤혜정(자전거타기운동본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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