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어'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뭐가 있을까? 스태미나, 콜라겐 등이다. '자식을 보고 싶으면 장어를 먹어야 한다'는 옛말이 있을 정도로 장어가 몸에 좋은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 고단백 식품이어서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이다.
또 피부미용 효능이 알려지면서 여성들에게까지 인기가 높다. 게다가 장어는 콜레스테롤을 우려할 필요가 없다. 다만 민물장어는 가격이 비싼 게 흠이다.
대구 앞산 대덕식당 옆에 있는 '대덕골 민물장어'의 메뉴는 '소금구이'뿐이다. 다른 메뉴는 없다.
이 집 강경호 사장은 "양념구이는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져 요즘에는 소금구이만 하고 있다"고 했다.
강 사장이 직접 국내산 장어를 주문해 즉시 손질한 뒤 손님 상에 내고 있다. 싱싱한 장어의 맛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천일염을 뿌리는 것 외에는 따로 양념을 하지 않는다. 석쇠 위에 두툼한 장어가 얹어진다. 살아있는 민물장어를 그 자리에서 바로 잡아 석쇠 위에 올려 꼬리 부분이 파닥거리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방금 잡았다는 증거다. 꼬리의 움직임이 잦아들었다 싶을 때쯤 장어를 뒤집자 노랗게 익어 있는 장어의 색깔에 저절로 침이 꼴깍 넘어간다.
강 사장은 "등껍질 부분을 먼저 구운 다음 살 쪽을 구워야 모양도 나고 맛이 좋다"고 했다. 몇 번 더 뒤집기를 반복하자 색은 더욱 노릇노릇해지고 살은 통통하게 올라온다. 장어를 굽는 시간은 대략 10분 정도. 그동안 군침을 삼키며 눈으로 먼저 장어를 맛본다.
육즙이 진하게 배어 나와 장어의 풍미를 더한다. 두툼하면서도 한 입 크기로 먹기 좋게 썬 한 토막을 입에 넣자 장어의 비릿한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고, 입 안 가득 참숯 향이 퍼진다. 살결은 푸석푸석하게 끊기는 바닷장어와는 다르다. 쫄깃쫄깃하다. 장어의 등껍질 부분은 참숯 향이 배어 바삭한 느낌을 그대로 전해준다. 배 부분은 꼭 잘 구워진 고등어의 노릇노릇한 부위처럼 쫄깃하면서 부드럽다. 먹어보기 전에는 '양념이 첨가되지 않아 느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입안에 들어온 소금구이가 모든 것을 답해준다. 기름이 쏙 빠져 전혀 느끼하지 않고, 천연 그대로의 고소한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
약간의 소금간이 돼 있지만 소스와 함께 먹어야 느끼함도 줄이고 맛도 배가 된다. 살살 녹는 부드러움과 고소함을 자랑하는 장어와 생강을 넣은 달달한 간장소스의 궁합이 입 안을 행복하게 한다. 깻잎에 두툼한 장어를 얹고 생강, 마늘 등을 얹고 싸 먹어도 맛있다. 강 사장은 "생강은 비린내를 없애주고, 장어의 단백질과 지방이 잘 소화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꼭 챙겨 먹으라"고 권한다. 약간 매콤한 맛을 즐기려면 양념소스에 찍어 먹으면 된다.
강 사장은 장어는 최대한 빠른 시간에 익혀야 살이 바스러지지 않고 느끼함을 덜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강한 숯불 위에 후딱 익혀 내는 것이 장어를 맛있게 굽는 비결"이라고 했다.
모임이 있으면 이곳을 찾는다는 봉사모임 '광야'의 이현철(62) 씨는 "여느 집보다 싸고 맛있어요. 고단백질이고 스태미나 음식이어서 힘이 달릴 때 즐겨 찾는다"며 "여름철에 먹고 나면 가을이나 겨울철이 되면 확실히 다르다. 최고의 스태미나 음식"이라고 했다. 이 씨는 "칼슘덩어리인 장어탕도 괜찮아 팔순 모친을 위해 포장해 간다"고 했다.
심진희(52'여) 씨는 "서울 있는 아들이 대구에 오면 꼭 이곳에 들러 몸보신을 시켜준다"며 "봉사를 하면서 기력이 달리는 어르신에게는 장어나 장어탕을 보내주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친구들도 나이가 드니 장어를 좋아해 자주 이곳에서 모임을 갖는다"면서 "다만 값이 비싸 자주 못 오는 이유"라고 했다.
정해은(66) 씨는 "맛, 가격 모두 이곳이 최고"라며 "다른 장어집 가는 친구들을 모두 이곳으로 데리고 온 내가 이 집 최고의 VIP"라고 했다. 정 씨는 자주 찾는 이유에 대해 "이 집은 장어값이 올라도 다른 곳에 비해 가격을 그다지 올리지 않는다"고 했다.
손님들은 장어구이를 먹은 후 꼭 장어탕을 찾는다. 장어를 손질하고 남은 대가리와 뼈 등을 푹 고아 뼈를 추려낸 다음 무청 시래기와 배추 우거지, 된장 등을 넣고 끓여낸다. 국물이 곰국처럼 진하다. 비린내가 나지 않고 느끼하지도 않다. 이현철 씨는 "밥 한 공기를 말아 먹으면 속도 든든하고 얼큰하면서도 진한 국물맛에 쉽게 질리지 않아 점심 한 끼 식사로도 손색이 없다"고 했다. 장어탕은 6천원이지만 장어구이를 주문한 손님에게는 3천원만 받는다.
강 사장은 "장어가 비싸잖아요. 직접 손질하고 밑반찬을 많이 차리지 않는 방법 등으로 가격을 조절하고 있다"고 했다.
민물장어구이 한접시(500g) 5만3천원. 장어시래기탕 6천원.
사진·박노익 선임기자 noik@msnet.co.kr
▷규모: 좌식 20여석, 입식 70석
▷주차장: 30여 대
▷영업시간: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까지(추석'설 휴무)
▷예약: 053)653-1213. 대구 남구 대명 9동 553-6
◆'이맛에 단골!' 코너는 독자 여러분의 참여로 이뤄집니다. 친목단체, 동창회, 직장, 가족 등 어떤 모임도 좋습니다. 단골집을 추천해주시면 취재진이 소정의 절차를 거쳐 지면에 소개해 드립니다.
▷문의 매일신문사 특집부 053)251-1582~4, 이메일 inf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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