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행복을 키우는 상담뜨락] 'I See You'

한때는 '외도'라 하면 남성이 많은 부분 그 행위의 당사자들로 인식되어 여성들은 외도 주체에서 제외되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필자가 상담학 박사를 취득할 당시의 연구주제가 '갈등부부의 요인탐색과 그로 인한 분노조절요인을 찾아내고 그에 대한 척도개발을 한 연구'였는데 여기서 남편의 외도 못지않게 아내의 외도가 발견되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이 결과는 그 당시 국내 10여 년 동안 진행된 선행연구 부분에서 부부갈등의 원인으로 배우자의 외도가 주로 남편에 해당되는 편중되는 결과에서 아내의 외도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는 것을 재삼 시사하는 것이었다.

오늘날 가정 붕괴의 주요 요인으로 남편의 부적절한 관계라는 일탈에서부터 아내의 다양한 성적 일탈도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추세이다. 필자는 한 주에 한 번씩 이들 부부들과 집단 치유상담으로 만나고 있는데 어느 날은 아내들에게 필자가 물었다.

"당신은 어찌하여 이렇게 열심히 가정을 위해 일하고 묵묵히 살아가는 남편을 배신하고 외롭게 했나요?" 고개를 숙인 아내가 대답하였다. "남편은 언제나 바빴습니다. 그가 돈을 갖다 주고 가정에는 늘 아침저녁으로 드나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내게 무관심했고 바깥의 여성들에겐 한없이 친절했습니다. 나는 언제나 그의 어머니 역할만 했지 그의 여자 자리에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 남자는 나에게 여자라는 것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난 남편의 얼굴에서는 말할 수 없는 외로움과 쓸쓸함이 절망으로 가득 차 분노를 대신하고 있었다. 필자는 한동안 침묵의 여백을 지키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판도라 행성의 나비족의 부부간 아름다운 사랑을 유지하는 비결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I See You!" "나는 언제나 오로지 당신, 당신만을 보고 있습니다"라는 뜻이다.

생각해 보라. 한 남자가 항상, 언제 어디서고 오로지 나, 나만을 향해 서서 나만을 보고 있다 하지 않는가. 그런 사랑을 마다할 여인이 어디 있겠는가. 지금 많은 남편은 가정에서 내 여자로 자리하고 있는 아내라는 존재에게 'I See You'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아내는 나에겐 더 이상 가슴을 설레게 하지 않을지라도 다른 이에겐 가슴을 설레게 하는 새로운 존재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김미애 대구과학대 교수대구복지상담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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