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만은 확실하다.'
정치권에서는 박근혜정부에서의 헌법 개정을 거의 기정사실화한다. 4년 중임제를 포함한 개헌은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문제는 무엇을 손질할까다. 대권욕이 있는 정치인들은 '4년 중임'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 정치권에서는 '지방분권형 개헌'이 지방자치를 살린다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알게 모르게 여의도 곳곳에서는 지방분권 관련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지방분권을 곧 기득권 내려놓기로 보는 수도권 언론이 관심이 없을 뿐이다. 지방분권은 전국 각 지역이 결집해 쟁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드높다.
◆활기 띠는 지방분권 이야기
7일과 8일 국회에서는 '주민행복을 위한 좋은 자치 실현방안'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김천)이 공동대표로 있는 국회지방살리기포럼이 제1회 지방자치의 날(매년 10월 29일)을 기념한다는 취지로 주최했다. 이틀에 걸친 행사의 반향은 컸다. 전국 시'도지사들이 모였고 학계와 시민단체, 전문가의 질의응답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한 참석자는 "주민이 원하는 지방자치, 주민을 위한 지방자치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어서 좋았다"며 국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8일 '21세기 대한민국의 비전과 지방자치의 미래' 원로초청 원탁회의에는 심대평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위원장까지 모습을 비췄다. 현 정부의 지방분권과 지방자치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정치권은 내년을 개헌 논의가 촉발되는 시기로 본다. 임기 첫해에 개헌이라는 '이슈블랙홀'이 등장하면 국민의 눈이 '미래권력'에만 쏠려 국정 드라이브가 작동하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하지만 지난 7월 강창희 국회의장이 제헌절 경축사를 통해 "내년 초에는 개헌 논의를 본격적으로 공론화하자. 19대 국회에선 개헌을 마무리 짓자"고 여야 정치권에 제안했다. 개헌 필요성에서만큼은 여야 간 이견이 없다. 또 이재오 의원이 '개헌 전도사'를 자처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지역 정치권에선 강 의장의 발언이 나온 즉시 "대한민국 헌법에는 입법'사법'행정의 3권 분립만 명시돼 있고 지방분권을 위한 근거가 없다"며 "확실한 지방 분권 추진을 위해 분권형 개헌으로 가야 한다고 못박고, 지방분권을 위한 양원제, 지역의 기본권과 민생까지 고려한 폭넓은 개헌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헌법 조항에 '지방분권'을 명시해 국가 운영의 원칙으로 가져가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이름 짓고, '지방분권'이라는 핵심을 담은 '제7공화국'으로 미래를 향해 달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전국이 뭉쳐야
'분권 의지'를 다진 전국의 학계, 시민, 단체, 지방자치단체 등도 과세 자주권을 확립하고, 자주 재원인 지방세와 세외수입을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지방분권 국민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대구경북을 비롯해 부산경남, 광주전남, 경기, 강원, 충북 등이 힘을 모은 것이다. '지방분권 국민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전국 각 지역을 돌며 총회도 연다. 이들은 지방분권을 위해선 '재정분권'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우선 과제로 보고 있다. 자치단체의 과세 자주권을 헌법상 권한으로 만들고, 지방자치법'지방세법'지방세기본법 등 분권 관련법에 '과세 지주권'을 명시하는 것이 목표다. 중앙과 지방이 함께 세원배분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의 실리를 찾자
국회지방살리기포럼은 "고령화와 저출산, 사회적 양극화 등 변화 속에서 수도권 중심의 중앙집중주의는 더는 국가발전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국가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지방분권이 필수라는 지적이다. 특히 "지방자치와 분권화를 강화하는 내용이 헌법에 포함되면 시민참여의 거점이 제공된다"고 강조한다.
지난달 23일 청와대에서는 지방자치발전위원회 1차 회의가 열렸다. 지방자치발전위는 과거 정부의 지방분권촉진위원회, 지방행정체제개편위원회, 자치경찰제실무추진단이 병합된 기구다. 정부 차원에서 지방분권을 핵심으로 한 지방자치에 동력을 걸고 있는 것이다.
안성호 한국지방자치학회 명예회장은 "박근혜정부가 전(前) 정부들의 지방분권 정책의 공과(功過)를 참고해 역점을 두어야 할 과제는 시'군'구의 폐지 또는 합병 위주의 중앙집권적 지방자치체제 개편 방향을 교정하는 것"이라며 "중앙권한의 지방이양, 적정경쟁을 유도하는 재정연방주의 확립, 대의민주제를 보완하는 직접 참정의 확충과 동네 자치 활성화, 지역대표형 상원설치를 포함한 지방분권형 개헌, 8단계 지방분권정책리더십 발휘가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가 1982년부터 지방분권을 추진해오다가 2003년 지방분권형 개헌을 단행한 것, 가장 지방분권적이라 불리는 스위스와 독일이 2004년과 2006년 지역정부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개헌을 단행한 것을 눈여겨보라는 것이다.
이기우 인하대 교수는 '지방분권 헌법 개정의 방향과 과제'라는 글에서 "현행 헌법은 제117조와 제118조에서 지방자치를 보장하고 있으나 헌법이 예정하고 있는 지방분권의 종류와 수준은 중앙정부가 결정한 정책을 집행하는 행정적 분권에 그치고 있다"며 "지방이 독자적인 정책을 결정하고, 이에 근거해서 입법과 사법을 독자적으로 수행해야만 다양성과 창의성을 발휘된다. 지역 간의 정책경쟁을 통해 혁신이 일어나도록 하는 시대적 요구를 귀담아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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