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빠가 들려주는 '직장 사용설명서'…김화동 전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상임위원

'딸에게 힘이되는 직장 생활 지침서' 출간

막내딸의 기숙학교 입학을 앞두고 아버지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달라진 환경에 잘 적응하며 좋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을지, 공부에 재미는 붙일 수 있을지. 걱정이 한둘이 아니었다. 곁에 두고 지켜볼 수 있다면 두고두고 잔소리를 하며 마음을 쓰련만 여건이 그렇게 되지 않았다. 아쉽지만 삶의 지침이 될 만한 좋은 글귀 몇 개를 적어주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아련한 마음이 잘 전달이 됐던지, 다행히 막내딸은 지금 학교생활을 즐기고 있다.

시간이 흘러 이번에는 둘째 딸이 치열한 입사 경쟁을 뚫고 신입사원이 됐다. 당당하게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디딘 딸이 무척 기특했다. 하지만 곱게 키운 딸이 직장 생활을 잘 해낼 수 있을지 생각하니 다시 걱정이 앞섰다. 그래서 아버지는 자신의 30년 직장 경험을 바탕으로 딸에게 주는 직장 생활 지침서를 이달 6일 책으로 발간했다. 같은 처지에 있는 딸의 동료들에게 친구 아빠로서, 직장 생활의 선배로서, 인생의 대선배로서 귀띔해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딸 바보'임을 온천하에 알린 주인공은 바로 김화동(56) 전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상임위원(차관급)이다. 자식에 대한 아련한 마음을 책으로까지 엮은 김 전 상임위원은 지난 30여 년간의 공직 생활을 대부분 재무관료로 지냈다. 깐깐하고 냉철한 의사결정이 생명인 곳에서 자신을 연마했다.

그는 1980년 행정고시(24회)에 합격한 이후 체신부, 경제기획원, 기획예산처, 대통령비서실, 기획재정부에서 근무했다. 지난 2009년엔 한나라당 수석전문위원(파견)으로 일하며 시야를 넓히기도 했다.

김 전 상임위원은 "나라 살림을 총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곳에서 직장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며 "대한민국이 조금 더 살 만해진 나라가 된 것 같다는 주변의 평가에 흐뭇할 뿐"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지금은 가족들이 모두 떠난 고향이지만 그 나름 자신의 공직생활 중 고향인 대구경북을 위해 조금이나마 봉사할 수 있었던 점에 대해서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특히 김 전 상임위원은 지난 2010년 FTA 국내대책본부장을 맡으면서 국내기업들이 보다 FTA를 잘 알고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 알린 것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 최근 들어 FTA를 잘 활용한 강소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상임위원을 끝으로 30여 년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했다. 퇴직 후 '시원섭섭하다'는 표현을 온몸으로 체감했다.

공직자로서의 품위를 지켜야 한다는 주변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시원함도 있었지만 나랏일을 보면서 터득한 지혜를 조금 더 많은 곳에 사용할 수도 있을 텐데라는 섭섭함도 마음 한쪽에 자리 잡고 있단다.

김 전 상임위원은 공직 마감 후 밀려오는 헛헛함을 채우기 위해 일거리를 찾았고, 자녀에 대한 부모의 애틋한 마음을 개인적 차원에서 소화할 것이 아니라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얻었다.

특히 30년 넘게 직장 생활을 하면서 얻은 삶의 지혜를 자신의 딸은 물론 딸의 친구들과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딸에게 힘이 되는 아빠의 직장 생활 안내서'를 출간했다.

그가 내놓은 직장 생활 지침서에는 '생각과 계획에 집중하라' '메모해야 살아남는다' '혼자 밥 먹지 마라' 등의 가르침이 담겨 있다.

그는 "사실 제가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염두에 두었던 생각을 글로 정리한 것"이라며 "책을 준비하면서 딸과 그 친구들에게 주고자 했던 메시지에 오히려 제가 더 많은 깨달음을 얻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전 상임위원은 자신의 책이 세상 사람들로부터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출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1차 독자'인 부인과 세 딸들로부터 적지 않은 코치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저의 직장 생활이 공직에 한정되었었고 세상이 많이 변한 만큼 제 조언이 잘 들어맞지 않는 영역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모든 조직 생활을 관통하는 하나의 줄기를 찾고자 노력한 만큼 누구에게나 약간씩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전 상임위원은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받는 월급보다는 조금 더 회사에 기여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 전 상임위원은 직장 생활 10년 차인 기자에서 '자신보다는 주변의 상사와 동료들에게 공이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 보라"며 "언젠가는 내가 그 공을 받는 위치에 있게 될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김 전 상임위원은 경북 군위 출생으로 군위초, 경상중, 경북고, 영남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김 전 상임위원은 학창시절 공과대학으로 진학해 엔지니어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기도 했지만 법과대학 진학 후 공직 준비에 집중했다. 그는 32년간의 공직 생활을 마친 지금, "공직이 천직이었지 않나 싶다"는 소회를 밝혔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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