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서구 성서산업단지 내 자동차부품회사인 ㈜영진을 성장 시킨 원동력은 노사 간의 '신뢰'다. 회사 대표에서부터 임직원 모두 회사를 위한 자기 희생을 실천해온 덕분이다.
내년 공장 확장을 통해 또 다른 성장을 도모하고 있는 영진의 미래도 여전히 '노사 화합'을 통해 더 날개를 달 것으로 보인다.
◆대를 이은 가업의 성장
영진은 자동차부품 분야로는 2대째, 기계금속 분야로는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회사다. 1978년 진양정밀로 출발한 회사는 독특한 역사를 갖고 있다. 진양정밀의 전신은 '삼성기계제작소'로 창업주인 현 서승구 대표의 조부인 서채봉 옹(1916∼1989)이 세웠다. 조부는 일제시대 공업전문학교를 나와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 국수 뽑는 기계 개발과 양산에 성공해 당시 1년 매출이 현재 가치로 수백억원에 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1960년대 후반 라디오'TV 등 3차례에 걸친 가전제품 업체로의 구조개편에 실패하면서 시련을 겪었다. 이어 서 대표의 부친인 고 서종원 옹(1937∼2007)이 1969년 회사를 이어받아 10년 만인 1978년 '진양정밀'을 설립했다. 이때부터 자동차부품 업체로 변신했다. 이후 1988년 주식회사 영진으로 법인화됐으며 2003년 서 대표가 회사에 입사한 이후 2006년 회사 오너 자리에 올랐다. 입사 당시 230여억원에 불과했던 연매출은 지난해 660여억원으로 약 3배 늘어난 건실한 회사로 성장했다.
영진의 주요 생산부품은 자동차부품들을 결속 또는 완충시켜주는 브래킷류와 주행 때 배기장치에서 발생하는 열을 차단해주는 히터 프로텍트, 자동차 브레이크 디스크에 이물질 유입을 막아주는 더스트커버 등이다. 영진의 기술력은 현대'기아자동차의 1차 협력업체라는 점에서 잘 드러난다.
서 대표는 "500개가 넘는 1차협력 업체 중 기술과 경영기법을 지원받는 50∼100위권 내 업체다"며 "자동차 전면 유리 옆쪽에 부착되는 브라켓 아세이 윈드 실드 몰딩 마운팅과 함께 충돌 때 운전자 무릎을 보호하는 브라켓 리볼스터 패널, 차체 바닥에서 콘솔박스를 지지해주는 브라켓 콘솔 리어 마운팅 생산기술은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기술력은 해외에서도 품질을 인정 받았다. 실제 델파이와 비스테온을 통해 미국 GM 및 포드, 일본 NTN사 등에 제품을 공급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다른 성장동력 끈끈한 노사
영진의 가장 큰 무기는 회사와 직원의 상생이다. 이곳의 노사 문화는 지역은 물론 국내 중소기업 중에서도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2005년 한국노총으로부터 '올해의 기업인상'을 수상한데 이어 2008년 대구산업대상 노사화합상, 2009년 노사상생 양보교섭 실천 사업장 인증, 노사문화우수기업 인증, 노사상생유공자 대통령 표창 수상 등 상생 노사를 드러내는 굵직한 수상 실적을 가지고 있다.
특히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매출이 20% 정도 감소하는 등 비상경영 사태에서 서 대표와 노조가 보여준 모습은 다른 기업의 롤모델로 남았다. 회사는 그해 1월 임금을 전년대비 5.2% 인상키로 했던 합의사항을 회사 위기에 따라 한 달 만인 2월 자발적 상호 양보교섭을 지역에선 처음으로 이뤄냈다. 서 대표는 "4개월 동안 생산현장에서 조'반장 이상 근로자가 기본 8시간을 근무할 때 7시간만, 일반사원은 7시간 30분만 임금을 받고 나머지 시간에 대해선 임금을 반납하기로 했다"며 "또 유급휴일인 식목일과 제헌절을 평일 근무로 전환하는 등 모두가 고통을 분담했다"고 말했다.
사측은 인위적 감원 없이 고용을 유지하고 대표이사 연봉을 20% 삭감키로 하는 등 노사 모두 힘을 모으면서 경영위기를 극복했다. 이후 임금 반납분을 돌려준 것은 물론 오히려 7∼8% 임금 인상으로 지역은 물론 전국 중소기업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서 대표는 "노사화합은 제품 생산 안정화와 협력사 확대라는 성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면서 "협력과 상생의 노사문화는 세계 최고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기업 성장의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도약준비
영진은 늘어나는 주문과 미래 성장을 위해 내년 영천으로 공장을 확장이전할 계획을 세웠다. 서 대표는 "2010년 공장 확장을 검토하면서 성서5차단지에 부지를 분양 받으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며 "그러던 중 영천시로부터 러브콜을 받아 이전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현재 1만㎡ 규모의 대구 공장은 본사와 연구소, 물류센터 등으로 전환하는 한편 영천의 신규 공장에 설비를 집중할 예정이다. 신규 직원 50여 명을 채용해야 하고 기존 직원의 이동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서 대표는 영천시의 적극적인 지원을 믿고 옮기기로 했다.
그는 "영천시 공무원들이 직접 회사를 찾아와 영천 지역의 이점을 설명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지원을 약속하는 등 적극적 구애에 나섰다"며 "믿음을 주는 모습에서 영천으로 마음을 정했다"고 말했다.
영진은 영천시로부터 원하는 조건의 땅을 분양 받기로 했으며 투자금에 대한 보전 등도 약속 받았다. 또 이달 중 영천시와 협약(MOU)을 체결하기로 했다. 서 대표는 "240억원가량을 투자하는 만큼 영천시에도 부수적으로 많은 이득이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천으로의 이전을 망설이지 않을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직원들의 반응이었다. 기존 직원들이 함께 영천으로 가지 않을 경우 어려움이 생길 수 있지만 영진은 끈끈한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직원들의 동의를 얻어냈다.
서 대표는 "직원들에게 의견을 물어본 결과 대다수의 직원이 함께 가기를 희망했다"며 "영천으로 옮기면 동구와 경산쪽으로 이사를 가겠다는 이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달 착공에 들어가는 영천 공장은 약 2만6천400㎡(8천 평) 규모의 부지에 들어선다. 내년 7월 착공과 함께 이전이 완료되면 울산과 충남 당진의 공장과 함께 회사의 미래 성장을 이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서 대표는 "다양한 도전을 통해서 회사가 꾸준히 성장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양보다 질을 우선으로 하는, 내실이 튼튼한 기업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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