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학들, 기성회비 대란 걱정…줄소송땐 13조원 규모

내년 납부 거부운동 가능성도

국립대 기성회비 반환소송에서 학생들이 2심에서도 승소했다. 이 판결이 이대로 확정되면 대규모 기성회비 반환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고법 민사11부는 7일 경북대'서울대'전남대 등 8개 국립대 학생 4천219명이 국가와 대학 기성회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 반환 소송 항소심에서 "현행 기성회비의 법령상 근거가 없다는 원고 측 주장을 인정한다"며 "학생 1인당 10만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에서처럼 기성회비를 부당이득으로 규정, 학생들의 손을 들어준 것.

국립대 측은 어느 정도 결과를 예상했지만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대법원에서도 이 판결이 확정되면 각 대학 기성회는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은 최근 10년간 기성회비를 모두 돌려달라는 추가 소송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환 청구가 가능한 총액은 13조원으로 추산된다. 그뿐만 아니라 당장 등록금 수입의 70~80%를 차지하는 기성회비가 없어지면 현실적으로 대학 경영이 불가능하다.

경북대 본부 관계자는 "학생 1인당 등록금 평균 수입 중 기성회비가 170만~180만원, 수업료가 40만원가량"이라며 "기성회비가 없어지면 연구지원'시설비, 취업활동 지원 등 교육목적 활동을 할 수 없게 된다"고 걱정했다. 이어 "일단 최종심까지 가봐야 알겠지만 하루빨리 정부가 국립대재정회계법을 제정해 기성회회계를 일반회계와 통합시켜 교비회계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북대는 기성회비 소송을 제기한 원고 4천200여 명 중 단일 대학으로는 가장 많은 1천100여 명이 포함돼 있다. 경북대 학생들은 지난달 말부터 기성회비 폐지를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경북대 한 교수는 "당장 내년 1학기부터 학생들이 기성회비 납부 거부운동을 벌이면 대학에서 강제적으로 받아낼 방법이 있겠는가"라며 "대학 현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기성회비 문제는 정부와 국회가 조속히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학생들은 국립대 재정회계법 제정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국립대 학생은 "국립대 재정회계법은 학생 부담은 그대로 둔 채 기성회비를 수업료에 합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국가가 교육에 대한 책임을 학생과 학부모에게 전가한 것"이라고 반대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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