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센강에 놓인 37개의 다리 중 알렉상드르 3세교는 가장 아름답다는 평을 받는 다리다. 뛰어난 조형미에다 화려한 문양과 조각, 촛대 모양의 가로등이 단연 눈길을 끈다. 이름만 들어도 정감 넘치는 센강의 여러 다리와 비교해 알렉상드르 3세교는 가장 이질적인 다리이기도 하다. 아치형 도리의 각종 장식과 다리 양편 모서리에 세워진 페가수스 청동상에 입힌 화려한 금박 때문이다.
알렉상드르 3세 다리는 1894년 맺은 프랑스-러시아 동맹의 기념물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네바 강에 놓인 삼위일체 다리와는 한 쌍이다. 당시 러시아 황제의 이름을 따 1900년 4월 파리 만국박람회에 맞춰 쁘띠 팔레'그랑 팔레와 함께 건축됐다. 다리 남쪽에 위치한 나폴레옹의 무덤인 앵발리드의 러시아풍 금빛 돔 지붕도 진풍경이다.
석조 문화인 유럽과 달리 동양 건축의 정체성은 나무다.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석조 건축물은 채색 없이 재료를 그대로 드러낸다. 돌과 달리 나무는 내구성이 크게 떨어진다. 목재 표면이 갈라지거나 비, 바람의 영향으로 썩고 좀벌레와 같은 충해도 골칫거리다. 한국'중국의 건축물에 주로 단청(丹靑)을 입히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단청은 건물의 격과 쓰임에 따라 문양이 다른데 벽사(辟邪)나 불기운을 막는 상징적 의미도 갖고 있다.
한'중'일 등에서 가장 많이 쓰는 건축재는 소나무다. 재질 특성상 단단하고 오래가며 쉽게 휘지 않는 장점이 있다. 반면 표면이 거칠고 건조 후 갈라짐이 큰 것은 단점이다. 이를 감추기 위해 단청이 고안됐고 갖가지 채색과 문양으로 장식하면서 발전해온 것이다. 알렉상드르 3세교처럼 건축물의 위엄을 드러낼 목적에서 금박을 쓰기도 했는데 금분을 두껍게 바른 금단청은 주로 사찰이나 궁궐 내부에 사용했다.
최근 복원된 숭례문의 단청이 군데군데 떨어지고 목재 건조가 제대로 안 돼 갈라지는 등 총체적 부실상이 드러나고 있다. 기와도 전통 방식과 달리 수분 함유율이 높아 동파 우려가 있다는 보도다. 날치기 보수의 결과다. 더욱이 정부가 숭례문 복원 홍보 예산으로 수십억 원을 쓰면서도 정작 중요한 안료 등 단청 재료비는 고작 수억 원이었다고 한다. 국민 열망을 담아 되살린 소중한 문화재임에도 졸속 공사로 두 번 국민을 화나게 만든 문화재 당국의 조급함과 무능함에 넌더리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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