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대학졸업을 전후한 20대와 30대 초반 젊은이들이 모이는 한 모임에 연사로 초청되어 삶과 직업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가 있었다. 필자는 여론조사 자체가 생소하고 황무지와 같던 시절에 이 일을 시작하여 오랜 세월을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평생직업으로 삼아온 과정을 들려주었다.
그 자리에 있던 한 청년은 자기를 '취준생'이라고 소개하였는데, 취준생은 요즘 취업준비생을 줄여서 부르는 말이라고 한다. 대구에 있는 국립대의 공대에 다닌다는 이 청년은 졸업 후 취직은 큰 어려움이 없을 것 같은데, 많은 선배들이 나이 50세도 되기 전에 퇴직하고 나와서 할 수 있는 일은 치킨집이라고 후배들에게 자조적인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었다. 자신도 기업에 입사하여 퇴직 후에는 갈 길이 치킨집이라 생각하니 암담하다고 했다.
취업하기도 힘든 현실에 대한 어려움 못지않게 또한 자신이 지금 선택한 직업이 평생직업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청년들이 많았다.
필자의 경우 이 직업에 처음 종사하던 당시에는 여론조사업 종사자가 전국에 수십 명도 안 되었고 그나마 업체 수는 다섯 손가락 안팎이던 시절이었다. 이런 업종이 2011년 통계청 기준으로 종사자 수는 7천599명에 이르고 있고 연평균 10%의 성장을 이루고 있다. 힘들고 어려웠던 때도 많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은 성장하는 산업이 되고 있으니 인내한 보람이 있다고 하겠다. 교사를 하던 필자의 부친은 교사, 공무원 외에는 직업이 아니라고 생각하던 분이었다. 교사가 되기를 원했던 딸이 다른 길로 간 것이 못마땅했던 부친과 갈등도 많았지만, 오히려 부친의 뜻을 거스르고 이 일을 선택한 것이 지금에 와서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자녀들에게 굳어진 고정관념을 가지고 좋은 직업, 좋지 않은 직업을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은가? 많은 젊은이들이 기존의 안정적인 직업만을 고집하고 그런 직업을 얻기 위하여 몇 년씩 세월을 허비하기도 하는 것이 현실이다.
앞으로 10년, 20년, 30년 후를 생각한다면 이제 우리의 직업관은 많이 바뀌어야 한다. 오히려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골라내고, 그것과 연관된 일을 찾고, 세상의 변화를 읽어내는 눈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피카소가 자신의 소질을 살리지 못하고, 부모의 권유대로 상업학교를 나와서 봉급을 받는 점원이 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다양한 직업들이 새로 탄생하고 있다.
한발 앞서 새로운 직업을 개척하고 창조하는 사람들이 앞으로 수십 년 뒤에는 오히려 성장을 누리고 안정적인 직업으로 역전되는 상황들이 끊임없이 펼쳐질 것이다. 자식에게 막무가내로 부모의 생각과 의지를 강요해서는 안 될 일이다.
조미옥 리서치코리아 대표 mee5004@hanmail.net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