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신건강 바로 알기] <3>정신장애인 직업재활

"정신장애 있지만 4년째 탈없이 직장생활해요"

대구 서구정신건강증진센터는 취업 욕구는 있지만 방법을 모르는 정신장애인을 대상으로 취업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장애인고용공단과 연계해 사업장도 연결해주며, 취업 후 지속적인 사례관리를 실시하고 있다.
대구 서구정신건강증진센터는 취업 욕구는 있지만 방법을 모르는 정신장애인을 대상으로 취업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장애인고용공단과 연계해 사업장도 연결해주며, 취업 후 지속적인 사례관리를 실시하고 있다.

올해 34세인 정현우(가명) 씨는 벌써 14년째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대학교 1학년이던 2000년 봄, 갑작스레 조현병(정신분열증)이 찾아왔고, 학교도 중퇴한 채 10년가량 무기력한 나날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정신건강증진센터를 알게 돼 직업재활치료를 받았고, 지금은 4년째 열심히 직장생활을 하며 꾸준히 상담치료도 받고 있다.

◆누군가 미행하고 수군거리는 느낌 받아

2000년 대학교 1학년 봄, 누군가 미행하는 것 같고 사람들이 수군거리며 내 이야기를 하는 듯 느껴졌다. 밖에 나갈 수 없었다. 집에서만 지내며 TV를 보거나 라디오를 들었다. 어느 날부터 TV나 라디오에서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고, 전화를 하면 누군가 통화내용을 도청해 다시 방송에 내보내는 듯한 생각에 사로잡혔다. 화가 나고 당황스러웠다.

가끔 화를 참지 못해 라디오나 TV 리모컨을 던지는 일들이 있었고, 방송국에 전화를 걸어 따졌으나 아니라는 답만 돌아와 의심은 더욱 심해졌다. 가족들도 이런 행동을 이해하지 못해 잦은 다툼이 생겼다. 가족들마저 알아주지 못한다는 생각에 화를 주체할 수 없어 집기를 던지고 TV를 부수는 등 난폭한 행동이 심해졌다. 결국 정신과 입원 치료를 받게 됐다.

처음엔 원망만 가득했지만 비슷한 증상의 환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조금씩 나아졌다. 1년쯤 입원 치료 후 복학했지만 친구들도 없었고, 학교 적응도 힘들었다. 여전히 밖에 나가는 것이 겁났다.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위축돼 수업에 빠지기 일쑤였다. 결국 학교를 그만두었다. 언제 집 밖에 나갔었는지조차 기억이 안 날 정도였다.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취업재활교육 받아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아무것도 못 한 채 서른 살이 됐고, 최종학력은 대학교 중퇴였다. 정기적으로 다니던 정신과 의사 선생님이 정신건강증진센터 이용을 권유했다. 두렵고 의문스러웠지만 용기를 내서 찾아갔다.

그곳은 병원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센터를 이용하는 정신장애인들은 반갑게 맞아주며 먼저 말을 걸어왔다. 처음에는 부담스러웠지만 주 3일 프로그램을 이용하면서 조금씩 그들과 함께하는 것이 익숙해지고 즐거웠다.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 준비하고, 그곳 회원들에게 먼저 인사하며 뿌듯함도 느꼈다. 정신장애에 대한 교육과 대인관계 훈련, 사회적응 훈련 등을 받았다. 4개월쯤 됐을 때 직업찾기, 면접준비 등 취업재활교육이 진행됐다.

그러면서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취업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취업해서 직장 생활을 하는 회원들이 모이는 '자조모임'이 센터 내에 있다는 말을 듣고 참가했다. 센터 내 사례관리자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장애인고용공단을 찾아 취업평가를 받았다. 장애인고용공단에서 소개해 준 직장은 단순 생산직이었다. 왜 이런 일을 해야 하나 싶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직장을 유지하려면 단순 업무가 좋다는 충고를 받아들였다. 2주간 현장평가가 끝나고 정식으로 취업해 일을 시작했다.

◆직장에 적응하며 즐겁게 다녀

현장평가 기간에는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도 있었고 작업량도 적었다. 그러나 막상 취업하니 출퇴근 시간도 너무 신경 쓰이고, 혼자 해낼 수 있을지 걱정됐다. 곧잘 지각하는 일도 생겼다. 직장에선 이런 일이 반복되면 곤란하다며 센터 선생님을 직장으로 부르기까지 했다. 센터 선생님이 정신장애의 특성을 다시 한 번 직장에 설명했고, 아침마다 어머니가 깨워주기로 했다. 실수도 많았고, 다른 동료들과 지내기도 힘들었다. 그러나 지금 4년째 직장을 다니는 장기 근로자가 됐다.

물론 위기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 번씩 사업장 경기가 안 좋을 때마다 정신장애인은 해고 1순위에 올랐다. 동료들과 작은 문제만 생겨도 센터 선생님이 직장으로 불려오기도 했다. 센터 선생님의 지속적인 사례관리와 사업장 방문을 통해 위기를 잘 넘길 수 있었고, 지금은 직장에서 다른 동료들과 가벼운 농담도 주고받는 관계가 되었다.

직장에 다닌 뒤 평일에 센터에 나가기 힘들어 센터 선생님과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전화로 상담을 하고,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저녁에 센터에서 하는 자조모임 '일바라기'에 꾸준히 참석해 회원들과 경험을 나눈다. 그곳에서 취업을 유지하는 회원뿐만 아니라 취업을 준비하거나 막연한 욕구를 가지고 있는 회원들과 함께 노하우와 정보를 나누고 있다.

자료제공=서구정신건강증진센터 053)564-2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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