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는 박물관은 골동품가게로 보내 버리십시오."
지난 8일로 대구국립박물관장 취임 3주년을 맞은 함순섭 관장의 일성(一聲). 그는 1991년 학예사로 출발하여 그동안 연구와 박물관 전시 실무를 익힌 뒤 지난 2010년 11월 지방의 국립박물관장으로는 처음으로 '공모제 관장'으로 임명됐다.
특히 2005년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개관 땐 개관전시팀장을 맡아 시공, 설계부터 디자인 전시관 배치까지 총괄해 전시행정 전문가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기도 했다.
함 관장은 학문적 뿌리도 대구이고 지역(경주) 출신이다 보니 지역 역사를 제대로 알려야겠다는 의무감에서 항상 자유롭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동안 대구박물관은 내외적으로 주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었다. 우선 상설전시실의 전시내용을 개편하면서 전시품 수량을 2배 이상 늘렸고, 섬유도시 대구에 맞춘 섬유 복식전시실을 아시아 전통복식 전시로 확대 개편하였다. 특별전시나 이벤트성 행사도 대폭 늘렸다. 섬유 복식 특별전시의 정례화, 내셔널 지오그래픽 대구전시회, '전통 누비 교실' '초등교사와 함께 만든 박물관교육 자료와 체험학습실 확충' 등이 그의 아이디어다.
"아이들이 하품하면 당신 설명법도 '하품'(下品)인 것입니다."
함 관장은 직원들이나 큐레이터 교육 때면 항상 정확한 역사 지식으로 무장하고 그 정보를 재미있게 전달하는 기술을 익히라고 강조한다. 박물관에 대한 그의 지론은 국민과 함께 숨 쉬는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것. 아무리 재미있고 거창한 전시회를 열어도 소비자가 찾지 않으면 행사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함 관장이 특히 역점을 두는 부분은 전시실과 역사 교과서를 한 흐름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그동안 책 내용과 유물이 서로 연대나 사실관계가 맞지 않아 학생들이 현장에서 혼란을 빚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했다. 이젠 전시실을 시대순으로 도는 것만으로 한국사를 일별할 수 있고 유물 성격이나 설명도 교과서와 그대로 일치시켰다.
대구박물관은 앞으로 박물관-범어공원-어린이회관을 하나로 엮는 '도심 속 역사문화와 생태 체험학습시설'을 기획하고 있다. 지금은 박물관 부지가 시유지에 공원구역으로 묶인 상태. 정부와 대구시의 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와있다. 박물관 부지가 국유화되면 일대는 범어공원의 생태 숲, 어린이회관, 박물관이 벨트로 묶이는 문화산업지구로 거듭나게 된다.
"대중 속으로, 생활 속으로 들어가는 박물관으로 운영할 계획입니다."
함 관장의 지금 화두는 박물관 대중화 방안. 지금 학생들의 탐방은 체험활동이나 교과에 연계된 '동원' 성격이 짙다며 학생부터 일반인들까지 역사문화 프로그램에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앞으로 박물관을 매개로 활동하는 모든 사람들이 참여하는 자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모임을 위한 법인을 구상하고 있다.
역사 대중화, 역사의 생활화를 위한 함 관장의 발걸음은 개관 20주년을 맞는 내년에 더 바빠질 것 같다.
'중국 요녕성박물관 소장 요대 삼채전' '대구의 모태 달성(達城)' '죽농 서동균 회화작품전' '삼국시대 이형토기전' 등이 준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상갑기자 arira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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