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호젓한 단풍 숲길 걸음걸이마다 왕의 숨결 느끼고…

경주 왕의 길 걷기 2천 명 참가

9일 경주 함월산에서 신라시대 신문왕의 호국행차길을 걷는
9일 경주 함월산에서 신라시대 신문왕의 호국행차길을 걷는 '왕의 길 걷기대회'가 매일신문사 주최로 열려 2천여 명의 참가자들이 단풍이 절정인 만추의 정취를 즐기며 산행을 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대구은행(은행장 하춘수) 임직원 70여 명도
대구은행(은행장 하춘수) 임직원 70여 명도'왕의 길 걷기'행사에 참가, 단풍이 곱게 물든 길을 걸으며 가을의 정취를 만끽했다.

"왕의 길 걸으니, 내가 왕이네."

단풍이 절정을 이룬 9일 등산객, 가족, 동우회 등 2천여 명의 발길이 천년고찰 기립사(祇林寺)로 몰려들었다. 매일신문사가 주최하고 경상북도와 경주시가 후원한 '2013 함께 걷는 왕의 길-왕의 산책'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경주시 양북면 기림사 주차장에 마련된 행사장은 이른 아침부터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며 행사 시작 전부터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주최 측이 마련한 1천여 명분의 주먹밥과 다과 등은 일찌감치 동이 났고, 참가자들은 신나는 에어로빅 댄스에 몸을 맡기며 저마다 왕의 길 걷기를 위한 시동을 걸었다.

본격적인 걷기 행사에 앞서 최양식 경주시장은 "삼국통일의 위업을 이룬 문무대왕 등 신라를 이끈 왕들의 스토리가 경주의 길 곳곳에 살아 숨 쉬고 있다. 오늘 통일신라의 주역들이 거닌 길을 걸으며 호연지기를 배우고, 가족 간의 화합과 사랑을 만끽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창환 매일신문사 사장은 "단풍의 아름다움은 날씨의 흐림과 맑음에 상관없는 것 같다.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을 사랑하는 이와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참 행복하다. 왕이 된 기분으로, 즐겁게 걷길 바란다"고 말했다.

왕의 길 걷기는 이날 오전 10시 행사장을 출발해 용연폭포까지 왕복 3.6㎞를 돌아오는 코스로 진행됐다. 이 길은 문화재 보호 등을 이유로 평소에 개방되지 않는 길이라서 참가자 대부분에게 초행길이었다. 서승환(43'포항시 남구 지곡동) 씨는 "딸 아이와 길을 걷는데 고즈넉한 분위기와 단풍의 고운 빛깔에 숨이 멎을 듯한 느낌을 받았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서 그런지 작은 풀 하나 다친 곳 없이 잘 보존된 아름다운 길이었다"고 말했다.

김지영(50'대구 수성구 상동) 씨는 "경주라 하면 보문단지나 남산을 떠올렸는데, 이렇게 소박하고 예쁜 길이 있을 줄 몰랐다. 왕이 산보하듯 천천히 거닐다 보니 내가 왕이 된 듯한 착각에 빠져들었다"며 "내년에는 가족뿐만 아니라 주변 동료들과도 함께 행사에 꼭 참가하겠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산책 내내 탄성을 쏟아냈다. 기림사에서 함월산 정상으로 오르는 계곡(도통골) 사이로 타오르듯 번진 단풍에, 용연을 휘돌아 내려오는 호함천의 맑은 물줄기에, 길 곳곳에 계절의 흐름을 잊고 흐드러지게 핀 구절초와 개망초 등에 참가자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길이 완만해서인지 참가자들은 길의 풍광을 스케치하듯 음미하며 느리게 걸었다.

신문왕이 아버지 문무왕에게 옥대와 만파식적을 얻어 돌아오던 길에 옥대의 비늘 두 쪽을 폭포에 넣었더니 용이 돼 날아갔다는 전설이 담긴 용연폭포를 지나 불령봉표를 반환점으로 돌아 내려오던 참가자들은 신라 56왕의 발자취가 아쉬운 듯 걷다가 멈추길 반복했다.

출발점으로 돌아온 참가자들은 미니콘서트와 만파식적 만들기, 왕관 만들기, 민속놀이, 페이스페인팅, 경품추첨 등의 행사를 즐기며 아쉬움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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