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대구 달서구 성서산업단지. 계명대 네거리에서부터 산단 내 곳곳에 공장 분양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널려 있었다. 이곳 한 업체 대표는 "소규모 공장과 아파트형 공장이 많이 들어서고 있지만 상당수는 분양이 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제조업체들이 원하는 조건의 공장은 잘 없다"고 말했다.
성서산업단지 내 신규 아파트형 공장과 소규모 복층 공장이 미분양 사태에 빠졌다. 제조업체들은 부지난으로 공장을 이전하고 있지만 대부분 지식기반 업체를 위한 복층'아파트형 공장이어서 제조업체들은 외면하고 있다.
◆아파트'복층 공장 미분양
10여년 전부터 붐을 이루기 시작한 아파트형 공장은 5, 6년 전부터 성서산업단지에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2008년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분양이 잘되지 않았다. 최근 들어서도 용지난에 허덕이는 성서산단에 일부 민간 건설사와 개인이 부지를 매입, 복층형 공장을 짓고 있지만 분양이 잘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준공된 3층 규모의 한 공장 건물은 1층 상업시설을 제외한 일반 공장 사무실은 분양이 잘되지 않고 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건물의 모양만 봐도 상업시설을 통한 임대 수익이 주가 되고 오히려 제조업종의 공장 분양은 어려운 형태다"며 "건물주는 애초부터 공장 분양은 어렵다고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사무실이 많은 아파트형 공장의 경우 분양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E&C 이노비즈 타워는 총 130여개 사무실이 처음 분양한 2007년 당시 40%밖에 분양되지 않았다.
이곳 관리소장은 "처음 분양할 당시 첨단업종으로 입주를 제한했기 때문에 분양이 미진했다"며 "5년여가 지난 지금에서야 90% 이상의 분양률을 보이고 있는 데서 보듯 다른 아파트형 공장 역시 우리처럼 분양되기까지 수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고 말했다.
심지어 미분양 가능성 때문에 공장 착공이 미뤄지는 곳도 나온다. 지역의 한 건설사는 지난해 8월 1만7천490㎡(5천300평) 부지에 소규모 복층 공장을 지은 뒤 바로 분양했지만 아직도 70% 정도에 그쳤다.
바로 옆 1만1천880㎡(3천600평) 부지의 경우 지난해 말 건축 허가를 받았지만 진행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 내부적인 사정으로 연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며 "생각보다 공장 미분양 사태가 있으니 무리하게 자금을 끌어들여 건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조건 안맞는 제조업체 외면
이처럼 아파트형'소규모 공장의 미분양 사태가 벌어지는 것은 제조업종이 들어서기 어려운 환경적 요인이 크다. 2층 이상의 건물에 제조업종이 들어설 경우 설비 설치에서부터 가동에 어려움이 많기 때문. 성서산단 관리공단 관계자는 "일반 제조업의 경우 설비가 크고 무거우며 소음이 심하다"며 "2층에 입주할 경우 아래층의 불만이 클 수밖에 없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소규모공장 대부분은 지식기반 업종의 입주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성서산업단지 내 대부분의 업체들이 제조업이기 때문. 또 대구시가 지식기반 업종, IT 업종을 다른 곳에 집중적으로 분산시키고 있어 성서산단에 입주해야 할 이점이 없다.
이노비즈타워 관계자는 "분양이 지식기반 업종으로 제한되면서 전체 분양이 되기까지 5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며 "테크노파크도 있는 마당에 다른 아파트형 공장에 지식기반 업종이 들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보수적인 대구의 특성도 작용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기업주들 상당수는 공장을 운영하는 것과 함께 부동산으로서의 가치를 위해 부지를 소유할 수 있는 단층 건물을 선호한다는 것.
공단 관계자는 "2층 이상의 건물이나 사무실을 분양받을 경우에 임대는 놓을 수 있겠지만 업종이 제한되면 그만큼 임차인을 구하기 어려울 것"며 "또 이처럼 작은 규모의 공장이 계속 들어설 경우 주인이 자주 바뀌는 등의 부작용과 함께 공장 가격이 오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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