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해트 트릭

과거나 지금이나 월드컵 축구 대회에서 우승 후보로 빠지지 않는 브라질과 이탈리아가 1982년 스페인 월드컵 2차 리그에서 격돌했다. 지쿠, 소크라테스 등이 이끄는 브라질은 1차 리그에서 3승을 거뒀고 이탈리아는 3무승부로 간신히 올라와 브라질이 우세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파울로 로시가 월드컵 역사에 길이 남을 해트 트릭을 완성하며 브라질을 3대 2로 격침했다. 로시는 이 대회에서 6골을 터뜨려 득점왕에 올랐고 이탈리아를 월드컵 정상으로 끌어올렸다.

'해트 트릭'(hat trick)은 축구 선수가 한 경기에서 3득점을 달성하는 것을 말하며 '기록의 꽃'으로 불릴 만한 기록이다. 한 경기에서 한 골 넣기도 쉽지 않은데 세 골이나 넣는 것은 특급 공격수임을 증명한다. 20세기 초에 영국의 크리켓 게임에서 3명의 타자를 연속으로 잡은 투수에게 새 모자를 주어 그 명예를 칭송한 데서 유래했다. 월드컵 축구 대회에서는 '축구 황제' 펠레(브라질)와 산도르 코치슈(헝가리), 쥐스트 퐁텐(프랑스), 가브리엘 바티스투타(아르헨티나)가 해트 트릭을 두 차례나 기록했다.

게르트 뮐러(독일), 장 피에르 파팽(프랑스), 호나우두(브라질) 등은 리그 경기에서 해트 트릭을 많이 기록해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다. 현역 선수 중에는 스페인 리그에서 뛰며 세계 최고를 다투는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가 해트 트릭을 많이 기록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호날두는 지금까지 17회, 바르셀로나의 메시는 16회를 기록 중인데 스페인 리그 최다 기록인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의 22회를 넘보고 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 중인 손흥민(레버쿠젠)이 10일 함부르크SV와의 경기에서 해트 트릭을 기록했다. 분데스리가에서 통산 98골을 터뜨린 대선배 차범근도 기록하지 못했던 해트 트릭이다. 손흥민의 첫 번째 골과 세 번째 골은 미세한 공간을 정확하게 노린 슈팅력과 슛 감각이 빛났고 두 번째 골은 폭발적인 속도와 드리블로 상대 수비수 2명과 골키퍼까지 따돌리며 성공했다. 받아먹는 골이 아니라 혼자서 해결할 능력을 보여준 골들이었기에 더 돋보였다. 이제 겨우 만 21세의 어린 선수가 전도양양한 앞날을 예고하면서 스트라이커 부재에 시달리는 한국 축구 대표팀에도 희망의 빛줄기를 던져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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