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엔 굵은 씨알의 선수들이 나와 어느 해보다 뜨거운 스토브리그를 열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와중에 역대 최고액이 경신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99년부터 FA 제도가 도입된 이래 역대 최고액은 2005년 거포 심정수가 삼성과 계약하면서 받은 최대 60억원(4년)이다. 심정수는 당시 계약금 20억원, 연봉 7억5천만원 등 보장 금액 50억원을 손에 쥐었다. 여기에 해마다 성적에 따라 2억 5천만원씩 옵션을 붙여 최대 10억원을 더 받도록 계약했다.
이후 김태균(일본 지바 롯데 진출 후 한화 복귀), 이대호(일본 오릭스 버펄로스)가 FA 최고 몸값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둘 다 해외 진출을 택하면서 심정수의 기록은 여전히 최고로 남아 있다.
2004년 한국시리즈서 현대와 9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2승3무4패로 우승을 내준 삼성은 FA 시장이 열리기만 기다렸다. 이승엽이 일본으로 떠나면서 생긴 공백을 절감한 삼성은 대형 거포 영입에 나섰고, 현대와 재계약을 포기한 심정수와 유격수 박진만을 동시에 낚았다.
삼성이 노린 건 타선의 해결사와 내야의 야전사령관을 한꺼번에 보강해 공수에 걸친 업그레이드였으나 또 한편으론 2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현대의 전력을 약화시키는 부수효과까지 고려한 포석이었다.
2004년 11월23일 새벽 삼성은 심정수와 4년 계약에 최고 60억원, 박진만과는 4년 계약에 최고 39억원의 대우로 계약서에 도장을 받아냈다.
두 선수의 몸값과 이적료를 합한 총액은 물려 138억6천만원. 웬만한 구단의 한 해 운영비와 맞먹는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2004년 한해 삼성 선수들의 연봉 총액이 39억3천50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두 선수에게 쏟아부은 돈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만큼 놀라운 일이었다.
이전까지 FA 최고 몸값은 2003년 롯데에 영입된 정수근의 6년 40억6천만원, 4년 계약으로 환산했을 때는 2003년 LG에 입단한 진필중의 30억원. 심정수는 두 배의 금액으로 단번에 기록을 깼다.
두 선수는 순수 몸값으로만 99억원을 기록했고, 삼성은 보상금으로 최대 39억6천만원(심정수 27억원, 박진만 12억6천만원)을 현대에게 지급해야했다. 그러나 현대가 박진만에 대해서는 보상금 대신 보상 선수 이정호를 선택해 12억6천만원이 빠졌다.
외부 선수 영입을 위해 100억원에 가까운 거액을 쏟아 부은 삼성은 내부 단속에도 공을 들였다. 김한수를 4년 28억원, 임창용을 2년 18억원, 신동주를 3년 4억9천만원에 각각 붙잡았다.
심정수는 OB와 두산을 거쳐 2001년부터 현대 유니폼을 입고 거포로 이름을 날렸다. 2002년에는 46개, 2003년에는 53개의 아치를 그리면서 이승엽과 치열하게 홈런왕 경쟁을 펼쳤다. 2002년 1개, 2003년에는 3개 차이로 이승엽에게 뒤져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하는 데 실패했지만 어느 팀에서나 탐내는 힘 좋은 타자였다.
그러나 삼성이 '돈 삼성'이라는 비아냥까지 들으며 영입했던 심정수는 '푸른 사자' 유니폼을 입고는 '헤라클래스' 같은 괴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적 첫해 124경기에서 타율 0.275와 홈런 28개, 타점 87개를 기록했으나 2006년에는 무릎 부상 등으로 겨우 26경기에 나서는데 그쳤고 홈런은 1개밖에 때려내지 못했다. 2007년 재기에 성공하면서 홈런 31개(타점 101개)로 생애 첫 홈런왕 타이들을 차지했지만 삼성이 바랐던 정상등극에 힘을 보태지 못했다. 결국 심정수는 2008년 고질적인 무릎 부상이 수술 후에도 낫지 않고 오히려 허리 통증까지 겹쳐 33세의 나이에 은퇴를 택했다.
FA 제도가 도입된 1999년 해태 이강철, LG 김동수를 당시엔 파격적인 금액인 3년 8억원(각각)에 영입했으나 별다른 효과를 누리지 못했던 삼성은 최고액을 써가며 데려온 심정수마저 기대 이하의 성적에 머물자 그 후 FA시장에서 발을 뺐고, 자체적으로 선수를 육성하는 쪽으로 방침을 바꿨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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