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숭례문과 위애렵

중국 춘추오패 가운데 한 사람인 초나라 장왕 때 위애렵이라는 영윤(令尹)이 있었다. 손숙오(孫叔敖)로 더 잘 알려진 그는 훌륭한 정치가가 될 수 있는 모든 자질을 갖췄다. 어릴 때, 머리가 두 개인 뱀을 보면 반드시 죽는다는 속설이 있었는데 위애렵은 다른 이가 볼까 두려워 땅에 파묻었다고 한다.

어머니도 열녀전에 실릴 만큼 훌륭했고, 그가 영윤의 자리에 오르자 초나라의 모든 백성이 신뢰했다고 한다. 장왕이 좋은 땅을 하사하자 사양하고 아무도 원하지 않은 척박한 땅을 받았을 정도로 청렴결백했다.

위애렵의 일 처리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있다. 나라 외곽지에 성을 쌓는 일이었다. 위애렵은 직무에 가장 밝은 담당 관리를 정해 설계와 착공을 맡겼다. 사전에 공사 분량을 헤아려 준공 날짜를 정하고, 자재가 모자라지 않게 공급했다. 심지어 흙을 나르는 삼태기와 흙을 찧어 다지는 절굿공이 숫자까지 점검했다.

또 필요한 흙을 정확하게 계산하고, 운반하는 거리까지 헤아려 예정된 기간인 30일 만에 성을 완공했는데 처음 계획과 한 치의 어긋남도 없었다고 한다. 임금 아래 최고의 권력자인 영윤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모든 일을 사리에 어긋나지 않게 꼼꼼히 챙긴 것이다.

2008년 2월, 방화로 불탄 국보 1호 숭례문의 부실 복구가 말썽이다. 숭례문은 화재 2년 만인 2010년 2월부터 242억 원을 들여 복구에 들어가 지난 5월 완공했다. 그러나 6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단청과 기둥이 갈라지고, 값싼 재료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재 수리 전문 기술자 자격증까지 수천만 원에 불법 임대됐다고 하니 또 하나의 총체적인 비리 사례가 된 셈이다. 급기야 박근혜 대통령이 부실 공사를 철저하게 조사해 비위 관련자의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나랏일이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겠지만, 숭례문 보수는 국보 1호라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나라의 얼굴과 다름없는 숭례문이 소실된 것만으로도 부끄러운 일인데 복구조차 엉망이니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번 일은 누구 하나 마음 놓고 일을 맡길 수 없는 현 정부의 인물난을 보이는 것이기도 하다. 정부와 문화재청의 수많은 높은 관리 가운데 단 한 사람이라도 위애렵이 성을 쌓을 때의 반만이라도 챙겼더라면 이런 부끄러움은 남기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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