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의료와 고품격 의료서비스를 주창하는 '메디시티 대구'가 위기에 몰리고 있다.
대구 사람들이 지역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비율이 전국 최고 수준이고 타지역 환자 비율도 높지만 비교적 중한 질병을 앓는 사람이 얼마나 지역 병원을 이용하는지 가늠할 수 있는 입원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서울에 있는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환자 3명 중 1명꼴로 다른 지역 주민이었고, 특히 5개 주요 상급종합병원 이른바 '빅 5'(서울대'세브란스'서울성모'서울아산'삼성서울 병원)의 타지역 환자 비중이 60%를 넘어 환자의 서울 쏠림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간한 '2012년 지역별 의료이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의료보장 인구(건강보험 및 의료급여 대상자)의 총 진료비는 53조4천458억원이었으며, 이 중 약 20%인 10조7천630억원은 환자가 거주지 외 다른 지역에서 쓴 비용이었다.
서울의 경우 전체 진료비 13조296억원 중 타지역 환자의 진료비가 4조3천979억원으로 33.8%를 차지했고, 대구도 3조818억원 중 7천231억원으로 23.5%를 차지해 대전'광주 등과 함께 타지역 환자의 비율이 높은 도시에 속했다.
그러나 지역민들의 지역 의료기관에 대한 충성도, 즉 믿고 찾아가는 비율은 그다지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단순히 진찰과 처방전을 받기 위해 찾아가는 '외래'와 수술 등 비교적 중증질환의 치료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는 '입원' 비율을 비교한 결과에 따른 것. 간단한 치료는 대구에서 받지만 조금만 심각하면 서울 등 타지로 간다는 뜻이다.
부산과 대구는 제주를 제외하고는 2011년, 2012년 '환자거주지별 진료현황'에서 지역민들이 지역 병원을 이용하는 비율(입원 및 내원일수 기준)이 92% 이상으로 2, 3위를 차지할 정도로 매우 높은 편이다. 즉 대구 사람이 지역 병원에 입원'내원하는 비율이 92% 이상이라는 뜻. 전남이 82.2%로 가장 낮고, 다음으로 낮은 곳이 경북(82.4%)이다.
그러나 입원과 내원(외래)을 구분해서 의료기관이 얼마나 돈을 벌었는가, 즉 진료비를 비교해 보면 사뭇 다른 결과가 나온다. 부산지역 의료기관의 2012년 총 진료비는 4조4천959억원이고, 이 중 입원이 1조8천61억원(40.2%), 외래 2조6천898억원(59.8%)에 이른다.
그에 비해 대구지역 의료기관의 경우 총진료비는 3조818억원이고, 입원은 1조667억원(34.6%), 외래는 2조151억원(65.4%)이다. 입원, 즉 비교적 중증 환자의 비율을 보면 부산이 40.2%로 대구 34.6%보다 훨씬 높은 셈이다.
2011년과 2012년 대구와 부산 의료기관 총진료비의 증감을 비교하면 보다 명확한 차이를 알 수 있다. 부산은 2천11억원, 대구는 1천175억원이 늘었다. 인구나 의료기관 차이를 감안하면 대구 의료기관이 선방을 한 셈이다.
그러나 외래와 입원으로 구분해 보면 심각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부산의 경우, 2천11억원 중 입원이 1천426억원으로 무려 70.9%를 차지하고, 외래는 585억원으로 29.1%에 그쳤다. 그러나 대구는 전체 증가액 1천175억원 중 입원이 580억원으로 49.4%에 불과하다. 오히려 외래 진료비가 595억원(50.6%)으로 입원 진료비보다 더 많다.
지역 의료계 한 관계자는 "대구의 전체 진료비가 늘고, 타지역 환자의 비율(진료비 기준)이 22.6%(2011년)에서 23.5%로 늘어난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문제가 심각하다"며 "타지역 환자를 제외하고 해당 지역주민만 놓고 봤을 때, 올해 부산 진료비 총액 중 입원비 비율이 38%이지만 대구는 30%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대학병원 한 관계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만큼 중증 환자의 비율이 떨어진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암을 비롯해 조금만 심각한 질환이라고 판단되면 지역 병원을 외면하고 서울로 올라가는 비율이 차츰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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