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들어 공적개발원조(ODA)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ODA는 국가나 지자체 또는 공공기관이 OECD에서 지정한 수원국의 경제발전과 복지증진을 위해 지원하는 각종 개발협력을 말한다. 한국은 해방 이후 1990년대 후반까지 120억달러의 원조를 받았다. 국제사회의 ODA는 해방 직후 세계 최빈국였던 한국이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 발판이 됐다.
한국은 지난 2000년 수원국 명단에서 제외됐고, 2010년에는 선진공여국 모임인 OECD/DAC 정회원국으로 가입했다. 한 세대 만에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한 셈이다. 박근혜정부는 'ODA의 지속적인 확대 및 모범적'통합적 추진'을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오는 2015년까지 ODA 규모를 국민총소득(GNI)의 0.25%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빈곤퇴치를 목표로 한 새마을세계화도 한국 ODA의 대표 브랜드로 도약의 기회를 맞고 있다. 정부는 새마을운동을 Global 'Saemaul Undong(SMU)'으로 발전시킬 계획을 세웠다. 그 주된 틀은 경북도가 2010년부터 추진해온 새마을세계화사업이다. 국제사회도 새마을운동을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개발 프로그램으로 인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제사회 관심 모으는 새마을운동
지난 8월 23일 서울 롯데호텔에서는 의미있는 조찬포럼이 진행됐다. 이날 조찬포럼에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아프리카, 미국, 영국 등 주한외교관 등 100여 명이 참석해 유엔의 새천년개발목표(MDGs) 달성과 2030년까지 지속가능한 개발 의제 발굴에 대해 논의했다. MDGs는 2000년부터 2015년까지 국제사회의 빈곤퇴치 및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전 인류가 함께 달성하고자 합의한 8가지 개발목표다. 유엔은 MDGs의 시한이 3년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차세대 새천년개발목표(SDGs) 를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유엔 고위급패널을 구성하고 의제 개발과 국제적인 컨센서스 구축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중이다.
이날 포럼에서 눈길을 끈 건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발표한 아프리카의 가난 극복 사례였다. 새마을세계화사업의 일환으로 시범마을이 조성되고 있는 르완다의 사례를 소개한 것. 일방적인 재정적 원조에 그치지 않고 주민들의 자립 역량을 강화하는 새마을운동은 참석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이는 새마을세계화사업이 빈곤과 기아 퇴치, 교육, 보건, 질병 퇴치, 환경 보전 등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목표에 전 분야에 걸쳐 부합되기 때문이다. '새마을운동 ODA모델'이 유엔의 새로운 지속가능한 개발협력 모델로 떠오르는 이유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없는 것은 자조'협동 정신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배워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새마을운동 ODA가 관심을 끄는 또 다른 이유는 자선 위주의 국제적 원조로 인한 부작용 때문이다. 일방적인 물적 원조는 주민들의 의존성을 심화시키고 개혁을 가로막으며 시장경제 작동 방식을 왜곡한다.
경북도가 추진하는 새마을세계화 사업은 현지 주민의 주인의식과 자립역량을 강화해 지속가능한 발전기반을 조성한다는 점에서 다른 국가의 ODA사업과 차별화된다. 저개발국가의 현지 지도자와 공무원을 초청해 새마을연수를 실시하고, 우수한 봉사단원들이 현지인들과 합숙하며 실질적인 실행 계획을 수립한다. 마을별로 5, 6명의 봉사단을 파견해 새마을정신과 기술을 전수하고 스스로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깨닫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지난달 정부가 세운 글로벌 새마을운동 실행 전략도 이 같은 틀을 그대로 원용했다.
◆새마을운동이 빈곤퇴치 모델이 되려면
국내 ODA 정책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국제개발협력위원회는 지난해 9월 열린 제13차 위원회에서 경제, 사회'행정제도,거버넌스, 미래 분야 이슈 등 4개 영역에서 159개의 ODA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한국형 ODA 모델 추진방안'을 의결했다.
이는 한국의 발전경험을 토대로 수원국의 빈곤퇴치, 자립 및 지속가능 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국제 개발협력 실천 전략이다. 추진방안에서 가장 강조하고 있는 건 '자립'이다. 경제'사회 인프라 구축과 함께 주민 역량을 키워 자립적이고 지속가능한 발전기반 형성하도록 지원하겠다는 것. 현지 환경과 수요, 국제 규범에 맞게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진정성 있는 원조를 하겠다는 계획도 담았다.
경북도의 새마을운동 ODA모델은 원조를 받는 국가의 자주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한다는 측면에서 '한국형 ODA 모델'이 추구하는 목표와 가장 잘 부합한다. 이에 따라 경북도는 새마을운동의 경험을 '한국형 ODA모델'로 정립해 국제 사회에 실천 프로그램으로 보급할 계획을 세웠다. 해외의 새마을운동 성공사례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국제적인 표준 모델을 수립하고, 표준모델을 각국의 현지 실정에 맞게 탄력적으로 적용할 방침이다.
그러나 아직 풀어야할 과제도 적지 않다. 한국에서 초청 연수를 받는 새마을지도자 연수생 선발 과정의 투명성 확보와 현지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 개발, 지자체와 정부 부처별로 분절적으로 추진되는 사업을 통합하는 등 전략적인 접근도 필요하다.
도영심 UNWTO(유엔 세계관광기구) ST-EP재단 이사장은 "아프리카 주민들이 자신들도 잘살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한국의 처참했던 과거와 현재를 보여줘야한다"며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할 수 있도록 눈높이에 맞는 원조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사진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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