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해외 원화결제서비스 알고보니 수수료 '이중'

달러·원화 환전비용 합산 청구…소비자 지난해 362억 더 부담

두 달 전 해외여행을 다녀온 박모(45) 씨. 그는 신용카드 원화결제서비스(DCC)를 이용해 해외에서 기념품을 구매했다. 원화로 결제하면 편리할 뿐 아니라 환전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최근 대금청구서를 받아보고 불편한 심정을 감출 수 없었다. 박씨는 "생각 보다 청구된 금액이 많아서 알아보니 원화로 결제한 금액이 대금청구 과정에서 달러로 환전되면서 환전 수수료를 제가 부담한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 원화결제서비스를 개선하기로 했다. 아울러 국제브랜드카드사들이 국내 카드사들과 맺은 국내 수수료 체계도 손질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불합리한 원화결제서비스와 국내 수수료 체계가 국내 소비자들에게 비용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원화결제서비스는 해외에서 카드를 사용할 때 현지 통화 또는 달러 대신 원화로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현재 이 제도는 전 세계 카드산업을 좌지우지하는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운영하고 있다.

원화결제서비스는 얼핏 보면 편리한 제도처럼 보인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소비자들을 우롱하는 불편한 진실이 담겨 있다. 금융계에 따르면 국제브랜드카드사들은 미국 달러를 기준으로 결제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에서 원화로 결제하면 달러로 환전된 뒤 국내 카드사로 사용금액이 청구된다. 국내 카드사들은 이를 받아 다시 원화로 환전해 소비자에게 대금청구서를 발송한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은 이중으로 환전 수수료를 물어야 하기 때문에 애초 해외에서 달러로 결제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원화결제서비스로 인해 362억원의 돈이 고객 주머니에서 더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해외 가맹점들이 관광객에게 수수료를 받기 위해 원화 결제를 권유하는 경우가 늘면서 결제액도 지난해 5천892억원, 올 상반기 3천81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달러 결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국제브랜드카드사와 국내 카드사의 계약 개정을 강력히 요구할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원화결제서비스는 국제브랜드카드사와 국내 카드사 등이 서로 수익을 내고자 고객을 속이는 행위다. 관련 계약을 바꾸도록 해 부당하게 소비자에게 비용 부담을 전가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국제브랜드카드사의 불합리한 국내 수수료 체계도 개선할 방침이다. 현재 국제브랜드카드는 해외 거래 시 결제금액의 0.2~1.0%, 국내 사용 시 0.04%를 수수료를 국내 카드사에 부과하고 있다. 문제는 해외와 달리 국내 결제에는 비자나 마스터카드의 결제망이 사용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카드사들이 수수료를 내고 있는 점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원화결제서비스의 경우 소비자들이 수수료를 이중으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 또 국내 수수료 체계도 이용자들에게 비용 부담이 전가될 우려가 높아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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