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오일쇼크는 1973년 10월 전 세계를 강타했다. 제4차 중동전쟁에서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원하자 사우디아라비아 등 6개 중동 산유국이 석유의 무기화를 시작하면서였다. 당장 원유값을 17% 인상하고 매월 5%씩 산유량을 줄여나가겠다고 선언했다. 기름값은 폭등하고 세계 곳곳에서 기름대란이 벌어졌다.
한국도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다. 물가는 뛰었고 두 자릿수를 기록하던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쳤다. 사방천지를 둘러봐도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였다. 이제 막 잘살아 보자며 일어서려던 국민들의 얼굴엔 수심만 가득했다. 세계경제를 산유국이 쥐락펴락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사회를 뒤덮었다.
그때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1976년 1월 15일 박정희 대통령의 연두 기자회견에서였다. 회견 말미에 한 기자가 "우리 땅에 석유가 매장돼 있는 것을 정부가 확인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사실인가"고 물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사실'이라고 답했다. 포항 영일만 부근에서 오랜 기간 시추 끝에 1개 공에서 가스와 석유가 발견됐다고 확인했다. 그러고선 '경제성을 확인 중이니 기다려 달라'고 주문했다.
국민들은 환호했다. 산유국의 꿈에 부풀었다. 정부는 "허리띠를 좀 더 졸라매자"고 했고 국민들은 기꺼이 따랐다. 훗날 석유 발견은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이 꿈은 오일쇼크를 극복해낸 원동력이 됐다. 성장 가도로 들어선 대한민국호는 거침없이 달렸다.
국민에게 끊임없이 희망을 불어넣어 성공한 정치인으로는 전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이 꼽힌다. 그는 2차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 5월 10일 영국 총리가 됐다. 폴란드와 덴마크 노르웨이는 이미 독일군 수중에 떨어졌고 프랑스는 고전을 면치 못하던 암울한 시기였다.
절망만이 가득한 시절, 처칠은 연설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전쟁에 맞설 수 있는 용기를 가르치고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심었다. 그는 '걸어다니는 희망'이라 불렸다. 그리고 성공했다. 프랑스마저 무릎을 꿇은 상황에서 처칠의 희망의 리더십은 영국을 지켜냈다.
요즘 정치판에 희망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내일이라고 달라질 것 같지 않으니 국민들은 더 힘들다. 국회는 정부가 지난해 돈을 제대로 썼는지 결산조차 못 하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이 잘 짜였는지도 관심 밖이다. 올해도 12월 2일로 예정된 내년도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을 넘길 것이 뻔하다.
경제를 살리고 국민 생활을 편안하게 해주겠다며 만들어진 각종 민생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 잠들어 있다. 시급히 처리돼야 할 부동산 관련 법안, 중소기업 지원 법안, 투자 활성화 법안 등의 발이 묶인 것은 물론이다. 벌써 정기국회 회기의 3분의 2를 넘기고 있다.
야당은 대선 후 1년이 다 되도록 국회를 들락날락하며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에 매몰돼 있다. '원샷 특검' 운운하며 야권연대를 통해 정치 공세를 되레 강화할 움직임이다. 국가 미래를 책임져야 할 정치판이 과거에 매달려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으니 국민들은 희망의 문을 닫는다.
희망 멘토로 불리는 차동엽 신부가 올해 봄 '희망의 귀환'이라는 책을 냈다. 그는 이 책에서 시종일관 "희망의 뻥쟁이가 돼라. 꿈의 허풍을 떨어라. 꿈을 떠벌리고 다녀라. 언젠가는 스스로 놀라는 일이 생기리라"고 강조하고 있다. 착한 척, 겸손한 척, 배려심 많은 척 등 숱하게 '척'만 해도 그런 사람이 된다고 내세운다. 절망과 분노만이 가득한 정치인들 스스로 희망 전도사가 될 수는 없다. 국민들은 정치인들이 과거에 매몰되기보다 미래를 생각하는 척이라도 해주길 원한다. 거기서라도 희망을 찾으려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시민이 최선을 다해 행복한 삶을 추구하도록 돕는 것, 그것이 훌륭한 목표이자 정치가의 의무"라고 말했다. 시대를 초월해 던지는 이 철학자의 메시지는 날로 지지율이 떨어지는 정당이 가질 수 있는 '왜'라는 의문에 답을 준다. 나는 최선을 다해 국민들이 행복한 삶을 추구하도록 돕고 있는가. 국민에게 희망을 심는 정치가 필요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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