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선(대구 수성구 중동)
나는 밥을 좋아한다. 인스턴트식품의 대명사로 햄버거나 라면이 주는 중성지방 등의 피해 때문에 고도비만으로 변해가는 체질 때문만은 아니다. 곁들여 쌀과 보리쌀의 비율이 6대 4 정도의 밥을 더 좋아한다. 그런 나 자신도 한때는 입안에서 감칠맛 있게 씹히는 흰 쌀밥을 더 좋아하던 때가 있었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지금은 보리쌀 섞은 밥을 즐겨 먹는다.
그런데 오늘은 밥을 먹으려 뚜껑을 열자 흰 쌀밥이 밥통에 가득하다. "오늘은 밥이 왜 이래?" 하자 보리쌀에 벌레가 일었단다. "산 지 2개월이 채 안 된 보리쌀에 벌레가?" 하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지금의 보리쌀은 아내가 마트나 슈퍼에서 산 것이 아니라 정미소에서 여름나기 중인 보리쌀을 산 것에 문제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럼 버릴까? 그래도 먹어야지!"하면서도 정작 쌀이면 떡이라도 해서 이웃과 나누어 먹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문득 보릿고개 시절, 어머니가 해주시던 보리쌀과 쌀을 9대 1 정도로 섞은 꽁보리밥이 생각난다. 그해는 일찍 시작한 장마가 유난히 길어져 보리타작이 예정일보다도 근 열흘을 훌쩍 넘다 보니 급기야 껍질을 뚫고 싹이 올랐다. 그것으로 한 꽁보리밥은 거무튀튀한 것은 고사하고 고약한 악취가 풍기다 보니 숟가락 들기조차 겁이 났다. 그때 이후로 보리밥이라면 진저리를 쳤지만, 세월의 흐름이 점차 그 기억을 지웠다.
'백미'라는 단어 또한 봄부터 농부들의 진한 땀이 밴 손길이 백 번에 한 번이 못 미친다는 뜻이라니 그 대접 또한 각별해야 할 것이다. 그런 쌀이 요즈음은 천덕꾸러기로 변해 소비량이 급격히 줄고 있다고 한다. 어느 날 아이들을 불러 앉힌 아버지가 옛날에는 없어서 못 먹었다며 밥 먹기를 종용하자 돌아오는 대답이 걸작으로 "아빤 바보가! 밥이 없으면 자장면을 시켜 먹든지 아니면 라면이라도 끓여 먹으면 되지 굶긴 왜 굶어!"하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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