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작은 저수지에 가을이 내려앉았다. 아름드리 왕버들과 주위 산의 오색 단풍이 모두 저수지에 잠겼다. 명화가 따로 없다. 꼭 데칼코마니 같다. 경산 남산면 반곡리에 있는 '반곡지'다.
저수지는 외반곡지, 내반곡지 등 2개다. 외반곡지에 아름드리 왕버드나무 20여 그루가 자라고 있다. 청송 주산지와 비슷해 '미니 주산지'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다. 그렇게 부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100m 남짓의 둑길을 걸으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오랜 세월 끝에 고사목으로 늙어가는 왕버드나무가 일렬로 늘어서 연륜을 자랑한다. 어떤 나무는 아직도 노익장을 과시하고 어떤 나무는 속이 텅 빈 채 죽어가는 듯 하지만 가지에서는 수백 년째 새싹이 돋아난다. 아름드리 왕버드나무와 저수지가 한 폭의 그림을 연출한다. 왕버드나무는 저수지를 향해 팔을 뻗듯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다. 무언가를 잡으려는 듯, 무언가를 갈망하는 듯 가지는 한결같이 물로 향해 있다. 곧게 자랐으면 오히려 운치가 떨어졌을 것이다.
왕버들의 수령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다. 동네 사람들은 크기를 보고 300년이 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연륜을 말해주듯 왕버들은 군데군데 상처가 나 있다. 왕버들은 어른 두어 명이 양팔을 벌려야 맞닿을 정도로 굵다. 회오리처럼 휘휘 돌아간 나뭇결도 이채롭다. 늙고 거무튀튀한 가지 끝엔 노랗게 물든 잎들이 매달려 있다. 간간이 들리는 새소리와 바람 소리에 마음이 평온해지고 정신까지 맑아진다.
경산시청 박태남 씨는 "아름드리 왕버드나무가 있는 반곡지는 복사꽃이 만발하는 봄이면 '고향의 봄'을 연상케 한다"며 "여름에는 푸름이 그늘을 드리우고, 가을에는 주위 산의 단풍을 저수지에 담고, 눈 내리는 겨울에는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고 했다. 그래서 사진 애호가와 연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라고 했다.
반곡지에 어둠이 찾아오면 적막 속으로 저수지는 몸을 감춘다. 그러다 새벽이 되면 낮에 볼 수 없었던 색다른 매력을 드러낸다. 수면 위로 물안개가 피어오르면 그 황홀함에 넋을 잃는다. 많은 사진 애호가들이 선잠을 잔 뒤 새벽 길을 달려 반곡지를 찾는 것도 신비한 자태를 카메라 앵글에 담기 위해서다.
이곳은 카메라의 좋고 나쁨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반곡지를 배경으로 사진만 찍으면 모두 작품이 된다. 그저 뷰파인더 가득히 단풍을 담아 넣으면 된다. 화려한 단풍으로 치장한 나무는 가지를 내려 물에 비친 제 색깔을 들여다본다. 왕버들은 다른 어느 곳보다 늘어진 가지가 물에 가깝다.
그래서 많은 카메라맨들이 물에 비친 나무의 반영을 찍으려 이곳을 찾는다. 반영을 찍으려면 물안개가 살짝 낀 이른 아침이 좋다. 둑을 제외한 저수지 주변은 대부분 복숭아 밭이다. 봄 복사꽃이 한창일 때에는 가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오금선(35'대구 동구 동호동) 씨는 "대구에서 가까워 기분전환 겸 가끔 찾는다"고 했다. 졸업여행을 왔다는 아너스유치원 김도원(6) 군은 "나무가 특이해 재미있다"고 했고, 박소은(6) 양은 "물속에 산도 있고 단풍도 있다"며 즐거워했다.
▷가는 길=경산시내-919번 지방도 자인 방면-상대온천 방면 우회전-삼성현역사문화공원 다음 길림길에서 삼성사 방면 우회전-남천·상대온천 방면 직진-69번 지방도 조곡·반곡 연하 방면 죄회전-고갯길 넘어 반곡2리 이정표 보고 좌회전-반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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