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부모들은 자신들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아이가 부모관계나 생활상에서 궤도를 벗어났을 때 필자의 상담뜨락을 찾는다. 그들은 아이로 인해 적지 않은 세월동안 온가족이 고통을 겪었으며 절망한 나머지 자식으로서의 그 아이를 포기하기 직전 상태라고 말하곤 한다. 이때 상담은 아이 입장에서 볼 때 비자발이라고 하는 '끌려온 상담'이 된다. 그래서일까. 상담에 임하는 아이의 태도나 말하는 모습들이 가당치 않다. 필자를 부모와 동일시하고 그에 대한 반감이나 불신이 연장되는 '전이'(轉移) 감정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상담테이블에 앉은 아이는 이렇게 우리에게 일침을 가한다.
"저를 변화시키려고 이 상담이 진행되는 것 알아요. 그러나 그만두는 게 나을걸요. 왜냐하면 저 사람들(부모)은 결단코 변화하지 않을 건데 어떻게 나를 변화시키실 수 있나요?" 아이의 말에 부모는 기가 막혀 침묵하고, 필자는 문득 모빌의 숨은 원리를 떠올리며 침묵한다.
모빌은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아 움직이게 되는데, 이러한 움직임은 그 모빌의 맨 위에 달려 있는 큰 물체에서부터 시작된다. 그것이 왼쪽으로 돌기 시작하면 그 아래에 달려 있는 다른 물체들도 역학에 따라 같은 방향으로 돌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위의 물체가 갑자기 좌우로 흔들리거나 마치 트위스트를 추는 움직임으로 변화될 때도 여지없이 위의 물체들의 움직임에 영향을 입게 마련이다.
자녀들도 그렇다. 이들의 다양한 문제로 움직이는 양상들-부모에게 저항하고 공격하기, 가출하고 약물중독 행동하기, 늦은 귀가와 일탈행동, 학교 부적응과 도벽하기 등의 중독적인 행동들은 마치 모빌의 아래에 위치한 작은 물체들이 흔들리는 모습인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이들의 문제양상인 이 '흔들림'은 그들이 결정하는 게 아니라 가정이라는 모빌에서 위에 존재하는 '부모체계'라는 존재가 일으키는 '흔들림의 방향'에서 결정된다는 사실이다.
'부모의 부부갈등의 흔들림'과 '부모의 미숙한 양육태도의 흔들림', 그리고 '부모의 불안정한 성격의 흔들림'에서부터 자녀의 '마음의 흔들림'이 시작되는 것이 그리 이상한 것이 아닐 것이다.
필자는 아이의 일탈이 아이만의 문제라고 고통을 호소하는 부모와 가족들을 만날 때 이 같은 이야기를 풀어내곤 한다. 누구에게는 상식적이고 평범한 이야기이겠지만 어느 부모들에게는 오묘한 이야기가 바로 '모빌의 원리'가 아닐까.
대구과학대 교수 대구복지상담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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