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 김은 독창적인 패션 디자이너로 이름을 날렸다. 초등학교 5학년 어느 미술시간에 선생님은 운동장에서 아이들에게 그림을 그리게 했다. 학생 모두가 풍경화를 그렸는데, 그는 추상적인 그림을 그렸다. 선생님은 야단을 치지 않았다. 대신 "네 그림은 아주 창의적이구나"라는 칭찬을 했다. 그날 이후로 앙드레 김의 머릿속은 '나는 창의적이다'라는 생각으로 가득 차게 되었고, 특히 작품을 구상할 때는 선생님의 말씀이 환청처럼 들렸다고 한다. 초등학교 5학년짜리의 추상화가 얼마나 대단했겠는가, 그러나 선생님은 그림 실력이 아니라 아이의 창의성을 인정했던 것이다. 위대한 패션 디자이너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인간은 다이아몬드 원석처럼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것이 심리학자와 동기부여가의 공통된 주장이다. 근래 뇌 과학자들은 뇌가 가진 신비로운 힘을 증명하는가 하면 뇌의 사용설명서까지 내놓고 있다. 우리가 진정으로 하고자 한다면 못 이룰 일이 없게 되었으니 훌륭한 인재가 될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렸다.
하지만 훌륭한 사람은 귀하다. 아무리 풍족해도 인간을 모르는 부모 밑에서 자라면 망나니가 되고, 수많은 선생님을 만나 배웠지만 인간적인 스승을 만난 적이 없으면 차가운 지식인에 불과하고, 숱한 상사와 일했지만 인간을 아는 진정한 리더가 아니라면 성능 좋은 기계는 될지 몰라도 훌륭한 인간이 되기는 어렵다. '사람을 인정해 주지 않는' 모진 사람이 곁에 있으면 벼락 맞은 대추나무처럼 이상한 꼴이 되고 만다.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가 중요하다.
우리의 몸이 밥을 먹고 성장하듯이 사람의 능력은 인정과 칭찬을 먹고 자란다. 오뉴월 불볕더위 아래서 운동장을 열심히 달리고 나면 물이 간절하듯이,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와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몸부림친다. 한편 다른 사람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심보로 '나만 잘난'을 외치며 사는 사람들도 많다.
"성욕이나 명예욕 같은 욕구는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참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욕구는 인정받고 싶은 욕구였다." 법정 스님의 술회다. 속세를 떠난 스님도 그러할진대, 범속한 세상에 사는 우리야 오죽하겠는가. 인정받지 못해 미치는 사람도 있다.
내가 아무리 유능해도 쌀 한 톨, 단추 하나 만들 수 없지만 더불어 살면 온갖 것들이 만들어지고 풍요로워진다. 사실 못난 사람이 있어 내 미모가 돋보이고, 무식한 사람 때문에 내 유식이 도드라지는 것은 아닐까? 상대를 흔쾌히 인정하고 칭찬해주는 용기 있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
이규석 대구카네기연구소 원장 293l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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