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작가 케어스틴 세츠(Kerstin Serz)의 회화 개인전이 갤러리 분도에서 30일까지 열리고 있다. 한국에서 첫 전시를 여는 세츠는 자연 속의 사람과 동식물을 작업의 소재로 하고 있다. 아름답고 싱그러운 자연을 표현하고 있지만, 그녀의 작업은 단순한 자연예찬이거나 문명비판을 넘어 복잡한 알레고리를 담고 있다.
그녀의 그림에 등장하는 꽃과 곤충, 나무는 자연에서처럼 싱그러운 생명의 색깔을 띤다. 그러나 캔버스에 형상화된 꽃과 곤충 혹은 나무는 왜곡되어 있다. 머리카락에 붉은 리본을 매는 여인 뒤로 무척 커다란 나비가 달라붙어 있다. 어쩌면 사람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을 만큼 몸집이 크다. 숲 속에서 낮잠에 빠진 남자의 등에 붙은 나비도 독수리만큼 크다. 나방 역시 사람 크기다.
싱그러운 육체를 드러내며 발을 씻는 여인의 대야에는 사람만큼 큰 왜가리가 뾰족한 부리를 들이민다. 지금은 사람과 왜가리가 대야에 함께 발과 부리를 대고 공존하지만 언제든 다툴 수 있다는 것이다. 작가는 밝은 화면, 싱그러운 육체, 아름다운 자연을 보여주면서 그 이면에 존재하는 위험을 드러내고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사람이 동물과 달리 문명을 이룩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는 두뇌의 특별함과 손의 자유 덕분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세츠의 그림에는 사람의 머리 대신 꽃이 피어나거나 손 대신 잎이 나 있는 그림들이 있다. 또 로데오 경기를 펼치는 말의 발굽 아래 바닥은 단단해서 안정감이 있어야 하지만, 그녀의 그림은 바닥이 출렁댄다. 떨어지지 않으려고 애쓰는 존재는 말에 탄 사람뿐만이 아니다. 말 역시 출렁대는 바닥 위에서 균형을 잡으려고 애를 쓴다.
이런 그림들은 사람과 동물과 식물이 일체임을 보여주는 동양철학적 사고에서 기인한다. 그림의 내용뿐만 아니라 형상화 방식 역시 동양적인 느낌을 준다. 서양화이면서도 화면에 여백이 많고, 흑백이 많다는 것이다.
아트 디렉트 윤규홍은 "케어스틴 세츠의 그림은 매우 동양적이다. 작가는 자신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여러 생명체들의 충동적인 움직임과 상태를 환상적으로 묘사하면서, 관람객으로 하여금 치유적인 효과를 이끌어낸다"며 "그녀의 그림에 등장하는 아름답고 단순한 생명체들의 재현은 지적이고 복잡한 화가 본인의 상상력에서 출발한다"고 해설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세츠의 유화작품과 파스텔 드로잉 작품 21점이 전시되며, 대부분 대작이다. 케어스틴 세츠는 1971년생으로 베를린 예술대학에서 미학교육과정을 공부했고, 중국에서 중국학을 전공했다. 053)426-5615.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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