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시 이승엽! 이번에도 8회에 끝내줬다

아시아시리즈 볼로냐와 1차전 극적인 스리런포로 승리 견인

15일 대만 타이중 인터컨티넨탈구장서 열린 2013 아시아시리즈 볼로냐와의 경기서 삼성 이승엽이 8회말 결승 3점 홈런을 터뜨리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15일 대만 타이중 인터컨티넨탈구장서 열린 2013 아시아시리즈 볼로냐와의 경기서 삼성 이승엽이 8회말 결승 3점 홈런을 터뜨리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이승엽에게 8회는?'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이 또 한 번 8회, 각본 없는 드라마를 완성했다.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태지 못했던 이승엽은 15일 대만 타이중 인터컨티넨탈구장서 열린 2013 아시아시리즈 A조 예선 1차전 이탈리아 포르티투도 볼로냐와의 경기서 2대2이던 8회말 극적인 3점 홈런을 터뜨려 팀의 5대2 승리를 이끌었다.

아시아시리즈의 향방을 가늠하는 1차전. 낯선 상대 볼로냐를 맞은 삼성은 어렵게 경기를 풀어갔다. 주루 미숙과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 그리고 한국시리즈 이후 풀어진 긴장감은 좀처럼 조이지 않았고 경기는 원치 않던 방향으로 흘러갔다.

하지만, 이는 이승엽의 존재감을 돋우기 위한 하나의 시나리오에 불과했다.

2대2이던 8회말 2사 주자 2루. 볼로냐 난니 감독은 박석민을 고의사구로 걸러 보낼 것을 지시했다. 다음 타자가 이승엽이었고 이날 팀의 첫 안타를 쳐내는 등 타격감이 좋았지만, 난니 감독은 왼쪽타자라는 점만 보고 이승엽과의 승부를 선택했다. 그가 지난해까지 아시아 홈런 신기록을 가진 한국의 '국민타자'라는 것은 무시한 채 단지 투수가 왼손 오베르토라는 점만 본 것이다.

자존심이 구겨질 법한 장면서 이승엽은 그가 제일 잘하는 극적인 순간, 그것도 8회 전세를 뒤집는 홈런으로 난니 감독에게 결정타를 날렸다. 승부는 이 한 방으로 끝났다.

이승엽과 8회는 얼마만큼 깊은 인연이 이어질까. 그의 방망이는 꼭 한 방이 필요한 8회만 되면 요술방망이가 된다. 극심한 부진을 겪다 결정적 순간에 시원한 홈런포로 팀을 구해내는 재주는 그에게 '국민 타자'라는 수식어를 달게 해 줬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 숱한 국제대회에서 그는 8회 결정타를 날렸다.

베이징 올림픽 4강 숙명의 라이벌 일본전. 이전 경기까지 침묵을 지킨 이승엽을 보고 당시 일본 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었던 호시노 센이치 라쿠텐 이글스 감독은 "제대로 치지도 못하는 타자를 4번에 계속 두고 있다니 대단하다"며 비아냥거릴 정도였다. 그러나 이승엽은 호시노 감독 앞에서 왜 대한민국의 4번 타자인지를 당당히 증명했다. 그는 2대2로 맞선 8회말 결승 2점 홈런으로 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이승엽은 2006년 제1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일본과의 아시아예선에서도 1대2로 뒤진 8회 초 역전 투런포를 터뜨렸다. 앞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일본과의 3, 4위전에서도 8회말 결승 2타점 2루타를 쳐 팀을 위기서 구해낸 게 이승엽이었다.

2013 아시아시리즈. 이승엽은 다시 한 번 8회말 홈런 공식으로 야구변방 이탈리아팀을 맞아 고전하던 삼성의 체면을 세워줌과 동시에 팀의 정상등극에 힘을 실었다.

이승엽은 "(볼로냐를) 쉽게 이길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긴장감이 풀리면서 안 좋은 상황이다 보니 어렵게 경기한 것 같다. 좋은 결과가 나와 다행이다"고 했다.

대만 타이중에서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