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편지] 당신의 치아 나이는?

벌써 11월의 중반을 달리고 있다. 2013년 시작이 엊그제 같은데 꽃이 피더니 더위에 힘들어하다가 천고마비의 계절을 느끼려 하니까 추워져서 겨울 준비를 해야 한다. 곧 새해가 올 것이고 우리는 한 살을 먹게 된다.

'또 나이가 드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다 보니 갑자기 지난해 대구 출신 개그우먼이 "저는 아줌마가 아닙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제가 다니던 치과 의사 선생님을 고소하려 합니다"하며 치아 나이를 언급했던 기억이 난다.

치과의사 선생님이 "어이고 풍치가 있으신데 보통 어머니 나이 때는 이가 시큰시큰하고 피도 나고 그러거든요"라고 했단다. 그 개그우먼은 "저는 29세 꽃처녀입니다"라고 답했고, 치과의사는 당황하며 치아 나이는 50대라고 했단다. 그러자 개그우먼이 외쳤다. "외모도 50세, 몸매도 50세, 치아도 50세. 도대체 내 몸에서 20대인 곳은 어디란 말인가?"

치아도 나이를 먹는다면 우리 모두 나이는 먹더라도 치아 나이를 젊게 유지하는 방법을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치아 나이를 측정하는 가장 첫 번째 방법은 바로 '청결도'이다. 세균의 집합체인 '플라그'(치태)가 얼마나 있는지 확인해 보면 치아의 나이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이 플라그는 투명한 무색의 막이기 때문에 눈으로는 확인이 불가능하지만 충치, 풍치, 잇몸질환 등의 원인이 된다.

다음으로 확인해 볼 곳은 바로 치주(잇몸)이다. 치아의 길이는 나이가 들수록 잇몸이 줄어들어서 길어진다. 잇몸이 줄어들면 치아를 보호하는 조직이 줄어들어서 치아 사이가 벌어지고, 그 사이에 음식물이 끼여서 더 틈새를 벌리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따라서 잇몸에서 피가 나거나 붓지는 않는지, 입 냄새가 나지는 않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마지막은 치아의 마모도이다. 사람은 두 번에 걸쳐 치아가 나오는데, 두 번째 나오는 영구치는 평생 사용해야 하는 신체 조직이지만 한 번 손상이 되면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잘 관리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주로 오징어처럼 딱딱하고 질긴 음식을 좋아한다면 마모도는 빨라지는데, 마모도가 심하면 충치나 풍치가 생기기도 쉽다.

세월이 가면 나이가 드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의 외모 나이, 몸매 나이, 치아 나이는 관리하기에 따라 20대도 50대로 보이도록 만들 수 있고, 50대도 30대로 보이게 만들 수 있다. 세월을 이기는 장사가 없다지만 치과의사로서 '치아만큼은 관리하기에 따라 세월을 이길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희경 영남대병원 치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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