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관객은 스타를 기다린다

가을 야구가 끝나자 야구팬들의 관심은 FA(자유계약) 선수들의 행보로 쏠리고 있다. 아직 국내파 선수들의 해외도전소식은 소문만 무성한 가운데 국내 선수들의 대형계약 소식이 속속 전해졌다. 9년 동안 깨지지 않았던 총액 기록을 깨뜨리며 '60억' '70억' 뉴스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팬들의 인기를 먹고사는 프로 스포츠 선수들이긴 하지만 일반인들은 억대 연봉도 꿈같은 이야기처럼 들리는데, '참 딴 세상 이야기 같구나!' 싶기도 하다.

그러나 바다 건너 큰 무대로 옮겨가면 여기에 '0'이 하나 더 붙는 천문학적인 숫자들이 나오기 시작하니, 과연 '스포츠 스타'란 말 그대로 하늘의 별 같은 존재라는 게 수긍이 간다.

이 스타는 프로 스포츠에만 있는 게 아니다. 세계를 제패한 K팝 스타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누비는 연기자들, 그리고 많지는 않지만 공연예술계에도 스타들이 있다.

험난하고 배고픈 길이 예술가의 길이라고 하지만 스타 예술가들에겐 부와 명예가 함께 한다. 참 관객이 없는 공연시장이라고 하지만 스타 예술가의 무대엔 어찌 그리 관객도 많은지 야속할 때도 있다. 더 야속한 것은 스타의 무대가 예전만 같지 못하고, 옛 명성에 기대어 '눈 가리고 아웅'하며 가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아는데 그래도 무대는 계속 올라간다. 여전히 찾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그런 무대를 '저건 사기야'라고 간단히 폄훼하고 넘길 수만은 없는 사정이 있다.

스타는 솔직히 기량은 전성기만 같지 않더라도 그 기량만으로 관객을 감동시키는 것은 아니며, 스타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관객들 중에는 그와 함께 했던 시간의 무게를 무대를 통해 다시 찾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말이다.

다시 야구로 돌아와 FA 선수들 중 '먹튀'(먹고 튀는 것)라는 오명을 쓰는 선수들도 있는데 한편으론 그래서 FA 제도라는 걸 잘 해줄 거라는 기대에 대한 투자보다는 제대로 대접 못 받으며 잘 해왔던 것에 대한 보상으로 보는 관점도 있다.

그렇다면 예술가에게도 스타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감내했던 시간에 대한 보상이라는 관대함을 가져보면 어떨까?

공연예술의 스타에게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싶은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 김연아 덕에 피겨가 국민스포츠가 된 것처럼 스타 덕에 공연예술의 대중화가 한 발짝 가까워진다는 점이다. 김주원, 강예나, 서희 같은 발레리나들이 국립과 유니버설발레단 무대에 서며 지난 10년간 늘여놓은 발레관객 숫자는 결코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다. 한국영화 전성기를 이끌고 있는 빛나는 배우들 대부분은 연극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이다. '역시 배우는 연극을 통해 기본기를 다져야 해'라며 관객들은 연극의 힘을 인정하기 시작한다.

모든 예술가는 스타를 꿈꾼다. 그리고 관객은 오늘도 새로운 스타를 기다린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