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모의 학대'란 말은 '신데렐라' 같은 동화에만 나오는 말이 아니었다. 얼마 전 울산에서 계모의 학대로 숨진 이모 양의 소식은 수많은 이들의 가슴을 치게 만들었다. 단지 친구들과 어울려 소풍이 가고 싶었던 겨우 8살 난 아이에게 새엄마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폭행을 가했다.
갈비뼈가 16개나 부러질 정도로 폭행을 당하는 동안 피해 아동은 얼마나 끔찍한 공포와 아픔에 신음했을까. 종아리의 뼈가 부러질 정도로 폭행당할 때는 또 얼마나 아팠고 계모로부터 학대를 당하면서 '아프다'고 말 한 마디 못할 때는 얼마나 외로웠을까.
아이 둘을 낳고 키워보니 아픈 아이가 나오는 TV 프로그램만 봐도 눈시울이 붉어진다. 실종아동을 애타게 찾는 부모를 보면 내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다. 그런데 8살 난 아이가 심하게 맞아 죽음에 이르렀다고 한다. 기가 막힌다.
아동학대는 살인, 강도, 강간 못지않은 중범죄다. 최악의 경우 사망까지 초래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사건이 보도될 때만 반짝 주목받을 뿐이다. 아동학대에 대한 미온적인 인식과 무관심한 시선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이 양의 경우, 다니던 유치원의 교사가 아동보호 전문기관에 학대 의심 신고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만약 그때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졌더라면….' 안타까움이 더해진다.
관련기관들의 통계를 보면 아동학대 사례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아동학대 건수는 2005년 4천633건, 2010년 5천657건, 지난해 6천403건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 중 가정 내 학대가 87%에 달하고 있다.
"설마 부모가 자기 자식을!" "요즘도 저런 일이 있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아동학대는 여전히 우리 주변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 신고된 아동학대는 빙산의 일각과 같다.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 신고되는 아이들은 그나마 다행이다. 많은 아이들이 외부로 노출되지 않은 채 학대에 신음하고 있다. 특히 중산층에서 이뤄지고 있는 학대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번 울산 사건도 중산층에서 일어난 일이다.
가정 내에서의 체벌을 없애는 것도 중요하다. 사내아이를 둘이나 키우면서 어느새 목소리가 커지고 손이 올라가는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또한 체벌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주위의 충고 아닌 충고를 듣기도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체벌은 학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오늘(19일)은 국가가 정한 '아동학대 예방의 날'이다. 아동학대 예방의 시작은 내 아이만을 위하는 마음이 아닌 이웃의 아이들을 향한 작은 관심이다. 그리고 적극적인 신고 의식이다.
아동학대는 더 이상 한 개인, 한 가정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한 아이에게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가 자라고 살아갈 우리 미래에 대한 학대다. 따라서 아동학대 사각지대를 좁히는 일은 우리의 책임이자 의무다. 아동학대 예방의 날을 맞아 앞으로 아이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안전한 환경을 마련하는 것과 동시에 주변을 돌아보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민들의 참여를 기대해 본다.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아동은 아동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보호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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