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누리당서도 토사구팽

잊혀진 정권재창출 공신, 실세자리 부산 경남 장악…'포스트 朴'부재

대구경북 정치권이 무기력증을 앓고 있다. 정권 재창출의 일등공신이지만 곁 불도 쬐지 못하는 형국이다. '박근혜의 사람들' 이름에는 부산경남(PK)만 오르내리고, 충청권은 국회의원 의석 수를 늘리려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대구경북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지역 편중 예산'이란 야권의 공세에 모조리 깎일 위기에 처했다. 그런데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낙동강 오리 알 신세다.

◆여권은 대구경북을 외면하고 있다

"100만 표 차로 이겼다. 대구경북에서 200만 표 차이가 났으니 우리 지역이 당선의 일등공신 아니냐"는 한 여권 관계자는 "토사구팽(兎死狗烹)이다. '오로지 집토끼' 역할만 했으니 누가 알아주지도, 요구할 수도 없는 신세가 됐다"고 했다.

새누리당 권력지형에서 대구경북은 소수파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 자리에 대구경북 정치인은 없다. 최경환 원내대표(경산청도)는 민주당과의 정쟁(政爭)에 발이 묶여 있다. 지역을 돌아보며 좌고우면할 여유가 없다.

정부의 최근 감사원장, 검찰총장, 보건복지부 장관 등 후보 지명에도 지역 출신 인사는 리스트에 없었다. 아니 그 몇 배 수 속에 들어 있지도 않았다. 이명박정부가 'TK 소외와 역차별'로 반여 정서를 눌렀던 것을 고스란히 학습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온다.

친박계 핵심으로 통하는 한 의원은 "박 대통령으로선 대구경북에 빚진 마음이 없다. 대구 지역 국회의원(4선)이었지만 지금은 전국을 봐야 하는 대통령 신분"이라며 "박정희'전두환'노태우로 이어지는 역대 정부에서 TK가 워낙 누렸다는 비판이 크다. 뭔가를 하겠다, 뭔가를 해줘야겠다고 하면 다 '욕심'으로 보니 챙겨줄 수 있겠는가"하며 자아비판을 했다.

◆이리 기웃, 저리 기웃

당'대권 주자로 부상한 부산의 김무성 의원은 근현대사역사교실이라는 당내 공부 모임을 만들었다. 100명이 넘는 새누리당 의원이 가입했다. 이어 '퓨처라이프 모임'을 만들어 노후 대비 등 이슈를 선도하고 있다. 대구경북 의원이 눈치를 보며 가입하는 모양새다. 18일에는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이 창립총회를 열었다. 부산의 유기준 최고위원과 충청의 이완구 의원이 주도한다. 대구경북은 주체가 되지 못하고 객(客)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충청 정치권은 의뭉스러움을 여과 없이 보이고도 있다. 인구 수로는 호남권을 넘어섰는데 의원 수는 5석이나 적다며 국회의원 증원을 꾀한다. 당내에선 누구 하나 반대 목소리가 없다. 의석 수를 늘리는데 충청에선 여야가 따로 없다. 이번에는 아예 선거구 획정 권한을 국회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이관시키는 법안을 발의했다.

◆대구경북 정치권, 자생력은 있나?

정치권은 '포스트 박근혜'의 부재가 대구경북 정치권으로선 모든 문제의 근원이자 해결책이라 진단한다. 과거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를 제대로 키우지 못했고, 이상득 박종근 이해봉 전 의원 등이 은퇴하면서 구심점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선수(選數)로 치면 졸(卒) 부대와 다름없다. 대구 12명 의원 중 초선이 절반 이상인 7명, 재선이 단 한 명, 3선이 3명, 4선이 1명이다. 부산은 초선이 4명, 재선이 6명이나 되고, 3선 이상은 5명이다. 3선 이상의 선수를 모두 모으면 20선으로 대구(13선)보다 큰 어른이다.

문제는 용기와 결집력이다.

지역 이익을 챙기기 위해 나서서 문제 해결 방안을 주도하는 의원을 찾기 힘들며 당내 정치세력화는 더욱 어려운 상태다.

지역의 가장 큰 현안인 신공항 문제가 대표적이다. 10여 년 동안 원점을 헤매고 있지만 세종시 문제가 불거졌을 때 보여줬던 충청권이나 지역 예산을 위해서는 똘똘 뭉치는 호남권 국회의원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초선 의원은 "끌어주는 선배도 없다"고 푸념하기 일쑤고, 재선 이상 중진들은 "초선이 너무 얌전하다. 뭘 하겠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쓴소리를 한다. 그런데 서로 탓만 할 뿐 모여 머리를 맞대진 않고 있다.

경북은 19대 총선 1년을 넘긴 지금에서야 진용을 갖췄다. 김형태 전 의원의 바통을 박명재 새누리당 의원(포항남'울릉)이 받았고, 송사에 휘말렸던 심학봉 의원(구미갑)은 최종 파기환송심을 남겨두고 있다. 당권이든, 대권이든 리더가 나타나지 않을 땐 여권의 독립변수가 아닌 종속변수로 참담한 신세를 면할 수 없을 것이란 지적이 많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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