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반고 경쟁력 강화, 대구만 손놨나

대구시교육청, 개정 교육과정 대비 멀뚱

대구 고교 교육의 미래가 어둡다. 내년 고교 1학년부터 2009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고 '일반고 교육 역량 강화 방안'까지 나오면서 일반고에 심화과목 개설이 가능해지는 등 고교 교육 현장도 크게 변하게 되지만 대구시교육청은 이에 대한 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해당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할 때 상당한 피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변화에 무심한 대구 교육=내년 일반고 신입생들은 개정 교육과정과 일반고 교육 역량 강화 방안에 따라 기존 고교 교육과는 다른 환경 속에 공부를 할 수 있게 된다. 눈에 띄는 주요 변화로 두 가지를 꼽으라면 학생의 진로나 적성을 고려해 외국어'과학'예체능'직업 등 다양한 진로집중과정을 개설할 수 있고 과목을 수준별로 선택해 학습할 수도 있게 된다는 점이다.

수준별로 과목을 선택해 학습한다는 것은 종전과 달리 기본'일반'심화로 구분된 과목을 학생 각자의 수준과 진로에 맞춰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표 참조) 기존에는 특목고, 자사고 등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과목들이지만 이젠 일반고 상위권 학생들도 접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바뀐 교육과정에 따라 2017학년도 이후 대학입시에서도 이 같은 선택과목이 중요하게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며 "상위권 학생일수록 자신이 원하는 진로, 전공과 관련된 심화과목 이수 여부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했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일반고에 매년 교육과정 개선 지원비라는 이름으로 학교당 5천만원씩 4년 동안 지원한다. 하지만 대구 경우 이 지원비가 제대로 투자돼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진로집중과정 중 하나로 거점학교를 정해 예술집중과정 운영은 검토 중이지만 심화과목 개설 문제는 아예 관심 밖이기 때문이다.

일반고 경우 심화과목을 선택하는 학생 숫자가 학교별로 극소수여서 개별 학교의 힘만으로는 심화과목을 운영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지만 대구시교육청은 이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달서구 한 고교 교사는 "시교육청이 일반고 학생들의 다양한 학습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진학 성과를 내길 바라는 건 말도 안 된다"고 했다.

◆'부산 교육 보고 배워라'=부산 상황은 대구와 사뭇 다르다. 부산시교육청은 이미 올해 1학기부터 교육청 차원에서 심화과목을 개설해 일반고 1, 2학년을 대상으로 운영 중이다. 물리실험, 고급수학 등 자연과정과 심화영어, 시사토론 등 공통과정까지 모두 10과목을 개설하고 있다. 지난달 개강해 내년 1월 25일까지 토요휴업일과 방학을 활용해 51~68시간 수업을 진행한다.

부산시교육청 서영식 장학관은 "진로 적성을 개발하고 수리과학논술 준비에 도움을 주는 한편 대입 수시모집에 대비해 자기소개서 등 교과 관련 활동으로 기록할 수 있도록 배려한 정책"이라며 "학교 단위에서 도맡아 진행하기 어려운 부분이어서 시교육청이 지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이 프로그램은 부산 일반고 상위권 학생들에게 인기다. 1학기 때 200여 명을 모집하다 2학기엔 450여 명으로 정원을 늘렸다. 지원 경쟁률이 10대 1을 웃돌았기 때문. 최상위권 학생 5, 6명이 심화과목을 듣는다는 금정고 박홍권 교장은 "사전에 시교육청이 각 고교에 심화과목이 왜 필요한지 충분히 설명해 진로 탐색은 물론 대학입시에도 도움이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덕분"이라고 했다.

대구에서도 심화과목이 개설, 운영된 적이 있다. 남부교육지원청이 '고교 교육력 제고 시범 사업'을 맡아 지난겨울과 여름방학 심화과목을 진행한 것. 하지만 부산과는 분위기부터 달랐다. 수성구 한 고교 교사는 "교육 특구로 불리는 수성구가 속한 동부교육지원청이 변화에 둔감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은 데다 홍보가 부족해 달서구 최상위권 학생들마저 이 프로그램을 외면했다"며 "부산은 물론 경북도 현재 심화과목 개설을 고민 중인데 대구는 감감무소식"이라고 했다.

지역 한 교육계 인사는 내년 교육과정에 맞추기 위해서는 당장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별로 거점학교든 지역사회 학습장이든 심화과목을 운영하는 곳을 마련하고 지역 대학과 연계, 강사진을 보충해야 한다"며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간다"고 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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