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해의 窓] 과메기의 계절

'겨울이 다가오니 근심이 찾아든다'는 옛말도 있지만, 이맘때쯤부터 동해안에 사는 사람이라면 마음속에 적지않은 부담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포항사람 누구나 과메기'대게가 나오기 시작하면 어디에, 어느 정도 선물을 해야 할지 살짝 고민스럽다. 주말마다 대구를 오가면서 만나는 지인들이 '과메기 나올 때 됐지?' '올해 대게 맛은 어떨까?'라며 무심코 툭툭 던지는 말도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보내자니 한두 곳이 아니고, 모른 척 하기엔 낯이 그리 두껍지 않다. 아마 올해도 지난해처럼 과메기 선물세트를 적당하게 욕먹지 않을 정도로만 보낼 수밖에 없으리라. 내년 1, 2월 본격적인 대게 철이 되기 전에 미리미리 과메기 세트를 보내는 것이 생활의 지혜(?)다. 어물거리다 비싼 대게를 보낼 상황이 되면 뒷감당이 어렵다.

과메기 계절이 돌아오니 동해안 지역에 활기가 돌고 있다. 15, 16일 포항 구룡포에서 성대하게 열린 과메기축제가 그 출발점이다. 비록 경제는 어려울망정 훌륭한 먹거리가 나왔으니 즐거움이 아니겠는가. 과메기를 길게 쭉 찢은 후 초장에 찍어 배추나 김, 미역에 싸 한입 가득 넣으면 그저 그만이다. 맛도 좋고 단백질도 풍부하다는데 어찌 마다할 수 있을까. 포항의 주당(酒黨)들은 겨울철이면 중심가인 포스코대로 뒤편의 과메기 집을 찾곤 한다. 가게 안은 좀 어둡고 허름하지만, 과메기 맛을 제대로 보기엔 최적의 장소다, 구룡포 바닷가에서 꽁치를 말려 가져온 것을 내놓기에 시중 제품과는 맛이 좀 다르다. 주당들은 겨울철 술안주로 과메기만 한 것이 없다고 엄지손가락을 내민다.

그렇지만 과메기가 더 이상 주당들만의 전유물로 머물지 않을 것 같다. 구룡포과메기사업협동조합은 올해 밥 반찬용 과메기 시제품을 내놓기로 했다. 가정의 식탁에서 아이들과 함께 먹을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사실 과메기가 전국적으로 알려지고 소비가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불과 4, 5년 전부터다. 반찬용 과메기가 나오면 과메기 산업은 제2의 도약기를 맞게 되는 셈이다. '과메기 전도사'로 유명한 박승호 포항시장은 "과메기를 전국적으로 알리는 데는 큰 노력이 필요했지만, 가정에까지 확산시키는 데는 절반의 노력이면 충분할 것"이라며 성공을 자신했다. 올해 과메기 소비는 일본 해산물 파동 등으로 그리 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그런 말에 구애받지 말고, 맛 좋고 영양가 많은 과메기를 많이 드시면서 활기찬 겨울을 보냈으면 좋겠다.

박병선 동부지역본부장 l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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