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성 질병이 크게 늘고 있다. 노인성 질환도 마찬가지다. 지구 온난화와 환경오염 등 인간을 둘러싼 자연과 먹거리, 생활환경이 악화되면서 신종 질병이 생겨나고, 노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성 질환도 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질병이 늘면서 의료기술도 덩달아 발전하고 있지만, 현대 의학으로도 난치성'노인성 질병은 제대로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암과 같은 난치성 질병을 제때 진단하고 치료할 필요성이 절실해지면서 의료계도 이를 따라잡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의료환경의 변화에 따라 질병의 조기 진단과 맞춤형 의료가 새로운 의료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같은 추세에 맞춰 의료 패턴도 과거 발병 후 검진 및 치료에서 발병 전 검진과 예방으로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다중진단, 차세대 맞춤형 검진
조기진단과 맞춤형 의료시대를 맞아 '다중진단' 기술이 급부상하고 있다. 다중진단은 피를 통해 질병의 일정 패턴을 찾아내는 방식이다. 핏속의 특정 질병과 관련된 단백질 모양과 양의 변화를 다각적으로 분석해 질병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법을 찾아내는 진단방식을 말한다. 전문적인 용어로는 핏속의 바이오 마커(생체표지: 특정 질환과 관련된 단백질)를 검출하고 분리'분석해 관찰함으로써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것이다.
그동안 암과 같은 난치성 질병의 경우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등 영상판독이나 피검사(혈액암의 경우) 등을 통해 진단해왔으나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방사선 노출에 의한 부작용뿐 아니라 진단 자체가 명확하지 않고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암이 상당기간 진행됐을 때 조직검사를 통해 최종 진단을 내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부작용이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진단방식이 바로 다중진단이다. 다중진단은 말 그대로 피 한 방울로 질병의 유무와 다양한 유형의 질병 진척단계를 찾아냄으로써 조기진단과 예방, 치료를 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이다.
◆체외진단의 블루오션
질병진단은 크게 체내진단검사와 체외진단검사로 나눌 수 있다. X-ray, CT, MRI,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심전도처럼 신체 내부의 건강상태를 진단하는 체내진단검사는 비용이 많이 드는 대신, 체내 상태를 비교적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혈액, 소변, 침, 뇌척수액 등 체내에서 채취한 샘플을 신체 밖에서 검사하는 체외진단검사는 검사방식이 간편하고 비용이 싼 대신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쉽지 않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하지만 고비용과 부정확성을 극복할 수 있는 기술이 바로 피를 통한 차세대 체외진단검사로 꼽히는 다중진단이다.
다중진단 기술이 완벽하게 구현되면 저비용으로 체내 상태를 다각적이면서 명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차세대 진단기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사(BCC)의 조사 보고에 의하면 전 세계 유전자분석'진단 시장은 2009년 기준 약 12조5천억원으로, 최근 7년 평균 성장률이 11.4%로 나타났다. 이는 제약시장의 평균 성장률 9%보다 높은 수치다. 특히 진단시장 중에서 고정밀도, 고감도를 가진 다중진단의 경우 세계시장 규모가 4조원대, 국내시장 규모는 4천억원대로, 연평균 14%의 고성장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다중진단의 원천기술을 확보한 뒤 첨단 진단제품을 개발함으로써 아직 초기 단계인 세계시장을 선점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다중진단의 효용
다중진단은 2개 이상 다수의 잣대로 질병의 상태를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진단의 신뢰성이 높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지난해 3월 다중진단기술 중 '바이오마커'(생체표지) 분석기술을 한국 유망 10대 기술로 선정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다중진단은 어떤 질병에 특히 효과적일까. 바로 국내외 성인 사망원인 1위이자 초기 발견 시 치료가 용이한 암이야말로 다중진단이 절실히 필요한 질병이다. 현재 암 대다수는 3기, 빨라야 2기 말이 돼야 진단이 가능해 조기 진단이 어렵다. 또 여러 개의 잣대(바이오마커: 생체지표)를 동시에 진단할 수 없으며 치료와 동반해서 진단할 수 있는 동반진단이 어려워 질병 경과를 일정 시간 지켜봐야 한다는 난점이 있다.
이런 점에서 폐암, 대장암, 췌장암, 위암 등 다양한 종류의 암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종류의 잣대를 꺼내 정확하고도 빠르게 분석'진단할 수 있는 다중진단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명공학 및 의료계는 보고 있다. 특히 현대인의 질병 사망률 1위인 폐암, 말기에도 자각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 췌장암 등은 5년 생존율이 15% 안팎에 불과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조기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이 절실히 필요한 질병이다. 이런 측면에서 포스텍이 국립암센터와 서울아산병원 등과 손을 잡고 바이오마커 분석기술을 활용한 다중진단제품 개발에 나서 2015년 세계 최초로 암 조기진단 제품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