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기업의 사회공헌

기업은 경제순환 구조에서 생산과 고용의 역할을 담당하지만 이윤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정부나 가계와는 다른 성격을 가진다. 재화를 생산해 소비자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근로자를 고용해 소득을 발생시키며 이 과정에서 최대의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 바로 기업의 목표다.

그러나 경제발전 과정에서 여러 가지 사회문제가 발생하면서 일자리 제공 등 기존 기능에 더해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게 되었다. 기업 이윤의 일부를 '사회화'함으로써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더불어 사는 사회공동체를 만들어 가기 위해 책임을 다하는 것이 바로 기업이 부여받은 새로운 임무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사회공헌은 갑작스럽게 생긴 개념은 아니다. 지금처럼 체계화되지는 못했지만 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부를 창출하는 기업은 그에 걸맞은 책임이 함께 부여되었고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에 따라 자선이나 기부를 중심으로 그 임무를 수행해왔다.

그러던 것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소득 양극화와 실업난 등으로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고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면서 기업의 사회공헌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이 더욱 높아졌고 지역기업도 이러한 흐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우리 지역은 예로부터 나눔과 베풂을 중요시 하는 선비정신이 매우 강한 곳이다. 오늘날까지도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되고 있는 경주 최부자 집안의 가훈을 비롯해 훌륭한 사회공헌의 전통이 면면히 이어져 오는 곳이 바로 우리 지역이다. 실제 지난해 대구상의가 지역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응답기업의 70% 이상이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었고, 두 가지 이상 공헌활동을 하고 있는 기업도 무려 40%가 넘을 정도로 우리 지역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이 특별한 곳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대구상의에서도 별도의 사회공헌재단을 보유하고 오랫동안 사회공헌을 해 온 회원기업들을 중심으로 올해 초 '사회공헌위원회'를 창립한 바 있다. 그동안 사회공헌 활동을 다양하게 펼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잘 알려지지 않았던 모범사례를 발굴해 저변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더 많은 기업이 사회공헌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그리고 이 같은 취지에 따라 처음으로 참여한 사업이 바로 지역에서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1사1교 악기기부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대구시교육청과 지역 기업, 그리고 매일신문이 함께 손을 잡고 시작한 사회공헌 사업이다. 기업들이 모듬북을 비롯한 각종 악기를 지역 학교에 기부함으로써 음악을 통해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학생 간의 소통과 화합, 질서와 협력을 가르치자는 염원을 담고 있다. 학교와 학생은 물론 악기를 기부한 기업들도 큰 보람을 느끼고 있어 더 많은 지역기업들의 참여가 기대되는 사업이기도 하다.

최근 들어 기업의 사회공헌은 이처럼 장학금을 지급하고 불우이웃을 돕는 자선사업의 수준을 넘어 기업의 장기적인 발전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전략적 사회공헌'으로 발전하고 있다.

경영전략의 대가인 마이클 포터 교수는 기업의 경제적 가치에 사회공헌 활동을 통한 사회적 가치를 결합하여 창출되는 공유가치를 기업의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핵심요소로 강조한 바 있다.

지역기업들 역시 자사와 지역에 최적화된 사회공헌을 하고 사회적 공유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지역사회와의 끊임없는 소통을 하려는 자세다. 필자는 최근 독일을 방문해 각 지역의 장수기업들을 둘러볼 기회를 가졌었는데, 그들이 200년 이상 경쟁력을 유지해 온 비결의 하나는 바로 지역과 공생하며 사회에 공헌하려는 경영철학이었다. 기업이 주체가 되어 현장과 실무에 적합한 직업교육 시스템을 구축하고, 교육 후 바로 채용함으로써 지역에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하나의 예이다.

이처럼 사업 구상에서부터 고객과 시민의 의견을 충분히 들은 후 지역의 실정에 꼭 맞는 사회공헌 사업을 발굴하고 추진하는 것이 지역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이는 곧 지역에서 오랫동안 뿌리를 내린 기업들이 지역에 더욱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사회공헌 사업을 펼칠 수 있는 바탕이자, 시민들의 더 많은 사랑을 받는 힘이기도 하다. 지역기업들이 지역을 사랑하고, 지역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바로 건강한 지역공동체를 만들고,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요체가 아닌가 생각한다.

김동구/대구상공회의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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