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전기요금 인상에 대구경북 지역 산업계는 울상이다. 정부가 최근 13년간 십수 차례에 걸쳐 산업용 요금을 올리면서 제조업체에 큰 부담을 떠넘겨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
산업용 전기요금은 2000년 이후 14차례에 걸쳐 78.2% 인상됐다. 특히 2011년 8월 이후 다섯 차례의 전기료 인상에서 산업용은 올 1월(4%)만 빼곤 줄곧 6%대로 올라 2년 3개월 전에 비해 무려 30% 이상 오른 셈이다.
대구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섬유와 기계부품 등 대구의 주요 산업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대구경북에서 약 200억원의 전기요금이 더 지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업계는 전기요금 인상이 제조원가의 상승을 불러와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주야간 모두 설비를 가동하는 섬유업계는 오르는 전기요금보다 변경되는 피크전력제가 더 문제라고 반발했다. 현재 선택형 피크요금제의 경우 대구는 산업용 전력요금 계약업체 1만7천여 곳 중 선택형 피크요금제를 신청한 기업은 35곳으로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어 그 실효성이 낮다는 것. 대구상의 관계자는 "피크시간대에 공장가동을 해야 하는 업종이 많다"며 "선택형 피크요금제를 활용할 기업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산업별로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한 섬유업체 대표는 "업종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다"며 "전기요금 때문에 설비를 잠시 쉬면 오히려 불량 등으로 인해 손해가 더 클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올 것이다"고 했다.
삼일방직 노현호 부사장은 "우리 회사는 인건비보다 전기료가 더 높은 상황이다"며 "말이 6.4%이지, 피크타임을 적용받으면 체감 인상률은 10~20%나 되는 셈이다"고 했다.
포항철강공단과 구미국가산업단지 기업들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포스코를 비롯해 현대제철'동국제강 등 포항철강공단 내 기업들은 내부 절전과 일부 공장 가동 중단 등과 같은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기대비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자체 발전시설을 갖고 있지만 매년 6천억원의 전기료를, 현대제철은 8천78억원, 동국제강은 2천억원, 동부특수강은 1천400억원을 각각 납부하고 있다. 철강 제조원가에서 차지하고 있는 전기요금 비중이 4분의 1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은 철강업계 전체를 짓누르는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올해 전기료가 인상되면 연간 500억원의 추가 부담이 생긴다. LNG가스 및 부생가스발전 등 자가발전 비율을 최대한 높여 전기료 부담을 줄이는 데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겠지만 기본적인 인상안에 대한 출혈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고 했다.
구미국가산업단지 입주 기업체들도 치솟는 전기요금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구미산단 내 디스플레이 제조업체 한 관계자는 "디스플레이를 제조하는 대규모 공장을 가동시키려면 기본적으로 1년에 전기료가 수백억, 수천억원에 달하는데 이렇게 전기요금을 자주 인상하면 기업의 경쟁력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구미'이창희기자 lch888@msnet.co.kr
포항'박승혁기자psh@msnet.co.kr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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