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준희(30)씨는 최근 대구 수성구 삼성전자서비스센터에 들렀다가 '액정 교체하셨냐'고 묻는 권모씨를 만났다. 그는 깨진 액정을 현금으로 즉시 매입한다며 명함을 건넸다. 때마침 스마트폰을 수리하고 기존 액정을 서비스센터에서 받아 나온 이씨는 권씨에게 10만원을 받고 깨진 액정을 넘겼다.
이 씨는 "SNS를 통해 깨진 액정을 되팔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서비스센터에서 액정을 받아 나왔는데 마침 매입하는 사람이 있어 바로 팔았다"며 "수리비용이 13만원 가량 들었는데 10만원을 받았으니 3만원에 액정을 수리해 부담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파손된 휴대폰 액정을 되팔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깨진 액정'을 사고 파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인터넷에는 파손 액정을 구입하는 사이트가 만들어지고 심지어 서비스센터 앞에서 액정을 교체하고 나오는 사람들을 상대로 호객 행위도 성행한다.
파손 액정 구매자들은 스마트폰 액정을 중국이나 홍콩 등지의 중고 부품업자들에게 판매한다. 스마트폰 액정은 디스플레이에 강화유리가 덮여있는 구조로 액정이 깨진 것 처럼 보여도 이 강화유리만 깨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점 때문에 업자들은 강화유리만 교체한 후 중고 부품을 해외로 내보내고 있다.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앞에서 파손 액정을 구매하던 권씨는 "본격적으로 파손 액정 매입업체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은 올해부터인데 주로 대구 등 영남지역에서 출발해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다"며 "하루에 평균 200여건 이상 액정매입이 성사된다"고 말했다.
현재 파손액정 매입단가는 갤럭시S3 5만5천원, 갤럭시S4 12만원, 갤럭시노트1 7만원, 갤럭시노트2 10만원, 갤럭시노트3 13만원 수준이다. 갤럭시노트2의 경우 액정교체비용이 13만3천원 드는데 10만원을 받고 깨진 액정을 판매할 경우 3만3천원에 액정을 교환하는 셈이다.
업체들이 주로 매입하는 것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다. 이 제품들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LCD가 아닌 아몰레드(유기발광다이오드)를 사용하는 데 비싼 값에 중국 등지로 팔 수 있기 때문.
제조사인 삼성전자는 파손액정 매입자들이 마땅치 않다. 사설로 수리된 액정이 외국으로 건너가 2차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어서다.
이 때문에 지난 5월에는 '휴대폰 수리 시 불량부품 회수'라는 새로운 AS 규정까지 만들어 부품의 비정상 유통을 막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고객이 요구할 경우 기존 부품을 돌려줄 수 밖에 없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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